[그냥, 컬링] 그냥, 좋아서!

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평창 올림픽이 한창이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컬링을 눈여겨 보았기 때문인지 이번 올림픽에선 컬링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첫 경기도 남녀 혼성 컬링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남, 녀 컬링 경기가 진행중이다. 너무 말도 안되게 지면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이기게 되면 가족과 함께 소리지르기도 한다. 스스슥 미끄러져 내려가 교묘하게 멈춰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거나 상대방 스톤을 쾅 밀어내고 득점을 하면 그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 딸 표현대로 사이다가 따로 없다.

생각나는 책이 한 권 있다. 몇 년 전 청소년 도서로 읽었던 <그냥, 컬링>. 몇 년 지났다고 고등학생들이 컬링하는 내용이었던 것만 기억나고 깜깜~하다. 올림픽도 기념하고 이제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큰딸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랫만에 <그냥, 컬링>을 다시 집어들었다. 다시 읽는 책은, 또 조금 다른 느낌이고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번 올림픽 컬링 경기를 열심히 보면서 어느 정도 룰을 익혔기 때문인 것도 같고 이제 청소년 한중간을 지나가는 딸 생각이 나서이기도 한 것 같다.

고등학생 차을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특별히 눈에 띄지도, 띄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루하루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여동생에 올인하는 엄마 대신에 집안일을 하고 엄마 심부름을 하는 착한 아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뭘 좋아하는지, 마음은 어떤지, 갑자기 서울로 올라온 환경 때문에 힘들지는 않는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묻는 가족은 아무도 없다. 어느 날 학교 복도를 청소하고 있을 때, 그에게 2인조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들이 끌고 간 곳은 스포츠 경기장이었고 그곳에서 으랏차 을하는 운명처럼 컬링을 만난다.

그렇다고 을하가 컬링에 한 눈에 반해 그다음부터 물불 안가리고 컬링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집안을 생각하면 자신은 조용히 있어야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그 매력에 빨려들어가고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컬링에 푹~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너, 좋은 거 있으면 해."...139p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보다 항상 가족 눈치만 보던 을하는 조금씩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 이유는 그가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아무 상관 하지 않던 을하는 조금씩 주변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컬링은 누구 하나 잘한다고 혼자 점수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못한다고 끝나 버리는 게임이 아니야. 게임이 끝날 때까지 다 같이 갈 수밖에 없어. 컬링은 네 명이 하는 거니까. 그냥, 믿고 던져."...263p

청소년기는 모든 것들이 압박으로 다가오는 시기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들이 충돌하는 시기. 그저 답답하다고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는 경우도 많다. 을하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청소년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을하가 아주 평범한 청소년들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그냥.... 좋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어떨까. 아직은 꼭 해야만 하는 것들 보단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은 시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