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오수원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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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깔끔한 배경에, 아름답지만 의지가 엿보이고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이 눈에 띄는 여인의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의상으로 봤을 때 꽤나 오래전인 것 같은데 그런 시대에 여성이 도대체 어떻게 세상을 단 10일 반에 바꾸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검색 사이트에 막상 "넬리 블라이"라는 이름을 치면 꽤나 유명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말 흥미진진한 인물이다. 무려 19세기. 여성 참정권 운동이 한창이던 때이지만 그만큼 여성 차별이 심하던 때이기도 하다. 그런데 본명이 엘리자베스 제인 코크런인 넬리 블라이는 1885년 '여자아이가 무슨 쓸모가 있나'라는 여성 차별적인 제목의 칼럼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제 막 20살이 된 이 젊은 여성은 이 칼럼에 분노를 느끼고 신문사에 반박문을 보낸다. 그리고 이 반박문에 어떤 개성과 자기 목소리가 담긴 것을 캐치한 신문사 편집장은 이 당돌한 여성에게 칼럼을 써 보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넬리 블라이가 탄생했다.

 

그녀의 책 뒤편엔 그녀가 어떻게 기자가 되었고 어떤 일들을 했는지가 소개되어 있다. 아무리 위험하고 험한 일이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그런 도전 정신뿐 아니라 항상 놀라운 것들을 생각해 내고 몸으로 뛰어들며 하나하나 쌓아간 그녀의 일생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은 그녀의 명성을 처음 알리게 된 사건이며 그녀의 첫 잠입 취재기이다. 요즘 기자들 또한 잠입 취재를 할 것이고 쉽지 않을 터인데 넬리 블라이의 이 잠입은 어마어마하다. 학대 소문이 있는 한 정신병원의 잠입 취재이기 때문이다.

 

책 속 그녀의 잠입 취재기는 잠입 준비에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정신병원에 감금되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반이다. 그만큼 그녀가 이 잠입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고 또한 그 과정을 읽는 독자들에게 정상인들도 어떻게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을 수 있는지 깨닫게 하는 이중 효과가 있다.

 

그 이후는 실제 블랙웰스 섬 정신병원에서의 자세한 생활을 설명한다. 10일 동안의 생활 모두를 알려주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도착해서 딱 이틀 뿐이다. 그 이후의 묘사까지 필요도 없다. 그 이틀 만으로도 독자들은 충분히 그곳의 생활이 옳지 않음을, 얼마나 말도 안되는 곳인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그 섬의 정신병언에 들어간 순간 더 이상 정신이상자인 척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평소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희한하게도 멀쩡하게 말하고 행동할수록, 단 한 명의 의사를 제외하고 그곳의 모든 관련자들은 내가 점점 더 미쳐간다고 생각했다."...20p

 

벌써 1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그때로 끝났을까 싶다. 넬리 블라이의 폭로로 미국의 정신병원은 처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떤지. 멀쩡하던 사람도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 때문에, 가족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곳에 갇혀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여기, 시간과 정소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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