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삶
최준영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사'의 삶이라니.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 뛰고 저리 열심히 뛰는 모습이 상상되어 자신에게 딱 맞는 이미지를 설정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사의 삶>은 저자가 300여 일 동안 매일 페이스북에 연재했던 글들의 모음이다. 매일 짧지 않은(온라인 상의 글 치고는) 글을 올린 정성도 대단하지만 굉장히 다양한 소재의 글이 포함된 것에도 감탄하게 된다.

 

책은 크게 '배우다', '살다', 쓰다', '느끼다'로 나뉘어 있지만 순서대로 편집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편의상 주제별로 나누었을 뿐이다. 저자는 매일 글을 써서 온라인에 올렸고 아무래도 매일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그때그때 다른 주제의 글을 썼을 것이다. 그 소재와 주제의 다양함에 놀라울 뿐이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평론이 아니라 쉽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생각의 단편들, 평소 강의 주제들이나 경험, 하고 싶은 말들을 담은 글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내 공부의 얕음을, 왜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이다. 특히 파트 1 '배우다'편이 그랬다. 아무래도 주로 책 이야기를 담은 파트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한 편이  끝나면 그 끝에는 그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연도와 날짜가 쓰여있는데 대부분이 올해 쓴 글이지만 그 당시 사건, 사고에 대한 글들도 많아서 시간이 지난 지금 읽고 그 간극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글도 있었다. 신경숙 표절 사태나 촛불 집회, 대통령 선거 등이 그렇다. 그 당시 함께 이 글을 읽고 공감하며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눌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저 후회로 끝날 뿐이지만.

 

"세상의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추지만 비이성적인 사람은 자기에게 세상을 맞춘다."...265p

 

쉽지만 깊이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입말로 대화하듯, 강의하듯 하는 설명에 끝을 알 수 없는 인용문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자신의 주장이나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부러운 부분이 이분의 지식이었다.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옮겨 적어 내 것으로 만들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바로 그것인가 보다. 공부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는, 간만에 투지를 불태우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