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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르라미 별이 뜨는 밤 ㅣ 반올림 38
김수빈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3월
평점 :
책 소개 중 "9번째 매미인"이라는 말에 이 책이 SF인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청소년 소설이 어떤
장르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 결이와 결이 주변의 아이들, 어른들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고민을 하고 견디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정말 잘 묘사한 소설이라는 사실이다.
소설은 8월의 첫 번째주에서 시작해 9월의 첫 번째주에 끝난다. 처음엔 흔한 여자 아이들 사이의 기 싸움이었다. 하지만 소설이 진행되면서
결이는 평범한고 흔한 여자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 사이의 위치가 드러나고 가정 환경이 드러난다. 결이가 생각할 때 이 세상의 모든 짐은
자신 혼자 지닌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4학년 때부터 자신을 지켜주었던 남자친구 환희와 아이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와 준 수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그 둘과의 사이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럴 때 만난다. 아주 작고 어린 얼굴의 중학생 아이, 진. 그 아이는 결이더러 자신과 결이는 "매미인"이라고 했다. 8월이 끝나는 마지막
날 매미인의 멸종을 막기 위해 다시 돌아가 결합해야 한다고. 처음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만남과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 결이는
진을 자신과 비슷하다고, 그래서 혼자 둘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무게가 너무 무겁기에 완전히 보듬지도 못한다. 비슷한 듯 다른 이 안타까운
아이들은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너무 뻔하지 않아서, 한 명 한 명 등장인물의 세밀한 묘사가 뛰어나서 좋았다. 주인공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책 속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생생히 존재한다. 그래서 미운 이도, 싫은 이도 없다.
우린 간혹 '나만큼 힘드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모두 자신이 겪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
자신의 무게이고 그 무게는 자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흥미롭고 편안한 삶을 살 것 같은 결이의 엄마, 단세영씨 또한
자신이 숨겨온 과거의 무게가 있고, 수아에겐 첫사랑의 아픔이라는 무게가, 우유부단한 엄마 때문에 속상한 지수는 가족의 무게를 진다. 결이는 그런
이들의 무게를 보며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디어 깨닫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터질 것처럼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 하나의 생각으로 뭉쳐졌다. 말을 하지 못해도 좋고, 움직이지 못해도 좋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도 좋으니까 죽지만 말라고. 그냥 우리 옆에 살아 있어만 달라고."...221p
일상의 소중함,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안다면 아무리 힘든 무게라도 결국은 견딜 만하다. 청소년기는 그런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한여름의 더위가 가시는 것처럼 시원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