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여인실록 -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여인들
배성수 외 지음 / 온어롤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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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TV에서는 "사임당"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 주인공이고 몇 달 전부터 광고를 했기 때문에 나 또한 처음 드라마가 시작될 때 눈여겨 보았다. 하지만 1회를 좀 보다가 바로 그만 뒀다. 역사 왜곡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상상을 더하는 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알려진 사실을 "스토리"를 위해 너무 많이 바꿔버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아마 제작진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사임당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일반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지구의 반은 여성인데 여성 위인들을 떠올려보려 하면, 남성 위인들 수의 1/3도 안된다. 특히 우리나라 위인들은 더 그렇다. 기껏해야 신사임당이나 유관순 정도. <조선왕조여인실록>은 그런 안타까움에서부터 시작한 책이다. 남존여비, 신분의 차이 등 유교이념 속 조선시대에 살면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여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들이 어떻게 주체적인 삶을 살았는지 말이다.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책 속 6명의 위인들은 모두 아는 이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어울우동>,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 <김개시>, <김만덕>의 6명은 그동안 드라마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이들이다.

 

<조선왕조여인실록>은 현직 역사 교사 4분이 모여 만들었다. 덕분에 각 인물의 삶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간 역사적 배경 설명에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은 당시의 몇 가지 힌트들을 가지고 재구성하며 추측하기도 한다. 역사적 배경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어 마치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간 느낌에서부터 함께 추리, 추측하는 재미도 대단하다.

 

"사임당을 둘러싼 이미지는 그녀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유교적 사회이데올로기, 정치적 관점 등이 맞물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75p

 

신사임당을 굉장히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신사임당뿐만 아니라 어을우동에 대한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미지로 인해 정해진 편견을 좀 벗게 되었다고 할까.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흘려보내지 않고 되새기며 반성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다지 앞으로 나아간 것 같지 않다. 본문이 끝나고 나면 뒤쪽에는 6명의 인물 외에 소개하고 싶은 여인들이 각 왕을 중심으로 역사적 배경과 함께 간단히 소개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까지 이름을 남긴 이들 중에는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황진이처럼 뛰어난 문화 예술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이들도 있지만 각 나라 왕을 뒤흔들며 비선실세로 지낸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의 말로는 모두 비참하기 그지얺지만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걸 보면 권력과 부는 놓을 수가 없는 것인가 보다.

 

여성들의 활동이 억제당하던 당시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이들의 이야기는 진한 감동을 준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생각보다 그런 분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에 왠지 기분이 좋았다. 중,고등학생들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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