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짇고리 - 작은 상자에서 시작되는 따뜻한 삶의 이야기
송혜진 옮김, 무라야마 히로코 사진, 이치다 노리코 취재.구성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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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 적 한 번씩은 인형 옷도 만들어보고 커텐으로 주름 잡아가며 몸에 대보기도 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자랐다. 인형 옷 만드는 건 잘 안됐지만 가만히 앉아서 손으로 사부작거리는 것들을 좋아해서 초등학생 때부터 스퀼자수나 털실뜨기 같은 것들은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원대한 꿈을 품고 의류학과에 들어가 디자이너가 되려 했으나 좋아하는 것과 재능은 다르다는 사실, 취미와 직업은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잠시 손을 놓았다. 하지만 지금 되돌이켜 보면 나는 계속 바느질인인 것 같다. 임신해서는 십자수, 좀 지나 퀼트에 손대며 조금씩 취미로 이어졌고 바쁜 지금도 새로운 자수법에 대한 책이나 바느질에 대한 책이 있으면 눈부터 가니 말이다.

 

<나의 반짇고리>는 일본에서 바느질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5명의 예술가와 그 외 평생 바느질을 해오신 여러 분의 반짇고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본적으로는 5명의 예술가(아동복 작가, 원단 작가, 자수공예가, 일러스트레이터, 아틀리에 오너)가 살아온 이야기와 바느질에 관한 이야기, 반짇고리와 작업실 이야기 등이 전개된다. 편안하고 좋다. 우선 바느질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이 깔끔하든 지저분하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자신이 편안한 다음에야 좋은 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인지 책 속 그들의 작업실 사진과 이야기들 자체가 독자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집집마다 반짇고리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나도 있다. 두 개나. 하나는 큰 작업(십자수나 퀼트, 옷만들기 같은 것들)을 하기 위해 좀 큰 바구니에 담아놓고 뭔가 마음이 동할 때 꺼내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그 반짇고리에는 원단 가위, 색색의 실, 단추, 작은 원단, 지퍼, 고무줄 등 가지가지가 들어있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고 창고용 베란다에 처박혀 있다. 나머지 하나는 아주 작은 통에 담아두고 단추가 떨어졌거나, 기장을 줄이거나 늘릴 때 등 일상생활에 사용하기 때문에 지저분한 화장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나름 바느질인이었기 때문에 쪽가위나 니퍼 같은 것들도 가지고 있어서 나름 편하게 사용 중이다.

 

바느질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나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좋아서 하는 것일 게다. 바느질이라는 것은 움직임이 크지 않은 상태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역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소소함, 아주 작은 것들,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무아지경에 이르는 듯한 고용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바느질을 놓을 수가 없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순간을 통해서 제 마음의 균형을 잡아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무엇을 만드냐보다도, 만들고 있는 도중의 시간들이 소중한 거예요."...73p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생각, 이미지들을 바느질에 담는다는 이 예술가들의 글을 읽고 있자니 바쁘다고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창작열이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것 같다. 무언가 나만의 작은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 별 것이 아닐지라도 그런 스스로 만든 작은 것들은 행복감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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