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이 가득한 책장 라임 청소년 문학 23
조 코터릴 지음, 이보미 옮김 / 라임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비슷한 표지 그림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까. 처음 <레몬이 가득한 책장> 책을 접하고서는 특별한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책 제목 속 "책장"이라는 말만 흥미를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워낙 책을 좋아해서 나에게만 일어나는 반응이니 솔직히 책 표지만 보고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이 책이 읽고 싶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평범한 책이다. 예쁘장한 표지이니 예쁜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은 흥미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책은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상한 전학생 메이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칼립소는 책에 푹~ 빠진 소녀들이다. 우리 딸과 같은 나이인 14살.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아빠와 둘이서 생활하는 칼립소는 학교에선 언제나 혼자이다. 아이들과 어울려 이리저리 상처받기 보다는 혼자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다. 걱정하시는 선생님 말씀에 아빠 또한 선생님 보다는 칼립소가 옳다고 하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여야 하고 "내면의 힘"을 통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런 칼립소에게 이상한 전학생 메이가 다가온다. 한 번도 같은 취향의 친구를 만나본 적 없던 칼립소에게 "책"이라는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는 정말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 비로소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함께 발전시키고 다시 담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칼립소가 메이를 만나기 전의 생활은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지금의 우리 딸의 단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상하게 주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지 책을 통해 얻고 즐긴 것들을 나눌 친구를 만드는 것이 참 힘들었다. 또래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아이는 언제나 요상한 아이로 비쳐지나 보다. 처음부터 칼립소에게 이렇게 공감되었기 때문인지 이후 드러나는 칼립소네 가정의 이야기는 무척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칼립소는 메이네 집을 드나들면서야 비로소 자신의 집의 이상함을 깨닫게 된다. 밝고 활기참이 아닌, 어둡고 고요함, 외로움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드러난 아빠의 병. 지금껏 아빠는 칼립소에게 사람은 내면의 힘을 키워 바깥의 문제에 대해 대항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쩌면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빠가 틀렸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언제까지고 혼자 떨어져 살 수는 없다. 그런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라 머릿속에서 충돌하며 폭발하자, 서서히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기 시작했다."...181p

"아빠는 혼자가 아니다. 아빠에겐 내가 있다. 이제야 내 내면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깨달았다. 내면의 힘은 다른 사람들한테서 받는 거다. 누군가가 나를 걱정할 때, 나는 그 사람의 일부를 넘겹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힘을 얻는다. "...182p

 

지금도 나는 여러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청소년 시절처럼 온전히 혼자서만 지내지는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삶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지 못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겐 내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나의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딸 또한 같은 취미를 가진 단짝 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 취미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혼자 지내지는 않는다. 다른 이야기로 공통 분모를 만들어가기도 하고 스스로 관심을 가져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딸은 나보다 더 나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레몬이 가득한 책장>을 읽으며 어린 시절의 나, 지금의 딸, 또 부모로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좋은 책은, 다양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 아닐까. 칼립소에게 이입되어 온전히 책에 빠져 읽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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