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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멜라니 사들레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어떤 책들은 읽기를 미루고 싶을 때가 있다. 아직은 그 책을 소화할 만큼 내 지식이 따라가지 못할까봐서이다. 부지런히 배경지식을 키우려고는
하고 있지만 내가 쌓아가는 배경지식 보다 세상의 책들은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나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책도
괜찮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제대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의미하는 바를, 숨겨진 뜻을 모두 찾고 이해하며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는 문학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기발한 소설이다. 작가는 아르헨티나 역사를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해박한 역사 지식을 자랑한다. 하지만 놀라운 건 역사 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설 속 역사를 파헤치며
새로운 진실에 대가가는 보르헤스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얼마나 많은 문학작품을 섭렵하고 그 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였는지를 알 수 있다.
소설은 크게 둘로 나뉜다. 21세기의 보르헤스 교수와 하칸 교수가 연구하는 역사 이야기와 16세기의 아즈텍과 이스탄불의 이야기로다. 장소가
네 곳이니 어쩌면 소설은 네 개로 나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소설이 복잡하다거나 이해할 수 없지는 않다. 오히려 길지 않은 이 소설은
아주 짧은 호흡으로 휘리릭 읽힌다. 너무 아쉬울 정도로. 각 단원이 시작할 때마다 유명 작품들의 문구가 장식되어 있다. 짧은 문구들은 이야기와
어우러져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대략적인 세계사의 흐름은 알고 있지만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짓밟힌 아즈텍 문명이나 오스만 제국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작가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떠난 터키 여행에서 톱카피 궁을 방문하려다가 아즈텍 제국의 멸망 시기와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가 겹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3주만에 이 소설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소설은 진실의 역사와 작가의 기발한 상상이 어우러져 완벽한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되었다. 하지만 진실의
역사가 정말 존재할까. 우리가 그 시대를 살지 않았고 그자리에 있지 않았으니 어쩌면, 작가의 상상대로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지 누가
알겠는가. 역사나 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흡인력있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이다.
조금 더 세세하게 세계사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싶다고 리스트를 잔뜩 만들어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좋은 소설들도
빨리 한 권씩 읽어 배경지식을 좀 더 넓혀야겠다. 지식 욕구를 자극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