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소 싱크대 앞
정신실 지음 / 죠이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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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표지 디자인을 보고, 제목을 살피고, 앞뒤 표지를 열심히 읽는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사이에 그나마 내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만한, 내 마음에 울림을 줄 만한 책을 고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끔 실패한다. 그렇게 겉으로 살펴 본 이야기와 안의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때가 있다.

 

<나의 성소 싱크대 앞>에서 내가 실패한 부분은 바로 "성소"라는 단어였다. 내가 생각한 성소는 종교적인 장소, 어휘가 아닌 일반화한 '좋아하는, 지키고 싶은'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책이 아주 평범한, 나처럼 매일매일 지지고 볶고 사는 어느 한 아줌마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단정했다는 점. 물론... 그리고 사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말이 많나.... 그건 바로 이 책을 쓰신 작가님이 성함처럼 아주 신실하신 신자이자 목사님의 아내분이시라는 사실이다. (흠~ 나 이러다 테러 당하는 건 아닌지.) 만약 책을 읽기 전에 이 사실을 먼저 알았다면 절대로! 이 책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뭐랄까... 신자분들의 책에선 내가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해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고 그런 부분들이 계속해서 신경을 거스르기 때문인데 이건 순전히 내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성소 싱크대 앞>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비록 "싱크대" 이야기는 거의 없지만 그저 평범한 맞벌이 주부가 아내로서, 엄마로서,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이, 그러면서 겪는 다양한 생각들이, 그 속에서 얻은 교훈들이 아주 담담하게 때론 재미나게, 다소 경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같은 맞벌이 주부로서 나도 모르게 "푸하하"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작가의 마음에 공감하기도 하면서 읽었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작가의 공정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이 느꼈던 부당함이나 편견 같은 것들을 여과 없이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사모에게 갖는 편견들에 대한 생각이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논란이 되었던 목사님 특권의식 사건 등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솔직하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불편했던 나조차도 걱정될 정도이니 말 다했다.

 

때문에 가정, 육아, 일상의 이야기들은 저절로 편한 상태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또한 나만의 편견일지 모른다. 싱크대 앞 식탁 의자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꿈이자 소망인 나로서는 직접적인 '싱크대' 이야기가 별로 없어 조금은 아쉬웠지만 아주 독특하고 신기했던 독서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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