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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보낸 편지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8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8월
평점 :
내가 만약 바닷가에 살고 있었다면 나 또한 한 번쯤은 이렇게 해볼 것 같다. 말간 예쁜 병을 하나 준비하고 예쁘지는 않더라고 깨끗한 편지지
한 장을 준비하여 정성껏 편지를 쓴다. 겉표지 병 속에 들어간 종이를 묶은 리본처럼 편지지를 돌돌 말아 그동안 모아두었던 리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예쁘게 묶는 것이다. 병 속에 쏙 들어가야 한다. 와인 마개였던 코르크를 하나 준비해 병을 맊는다. 그리고 던지는 거다. 바다속으로.
어렸을 때부터 던지기는 영~ 젬병이었으니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병이 파도를 타고 멀리 멀리 나가야 하는데 만약 절벽 쪽으로 오다가
깨지거나 제자리서 멤돈다면 꽤나 마음이 상할 것 같다.
이런 걸 로망이라고 했던가.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날 때도 있다. 밀물, 썰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병이 바다로 갈 확률보다는
되돌아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나마 바위에라도 안던지면 그게 다행이다. <바다에서 보낸 편지>는 어린 시절 누구나 생각해 봤음 직한
바다로 보내는 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엔 그저 장난이었다.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병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고 바다를 바라보다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톰 펠로우는 그렇게 몇 병을 바다로 떠나보낸다. 처음엔 그냥 장난이었는데 보냈으니 답장을 기다리게 되고 한 번 시작한 이 기다림은 끝이
없다.
"바다는 그저 요동치기만 했다. 목적도 없고 형체도 없이, 인간사에 대해서는 영원히 무관심한 모습으로, 출렁이기만 했다. 인간사에 대해서는
영원히 무관심한 모습으로, 출렁이기만 했다. 목숨 있는 것들의 이해득실과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마음이 바다에는 없었다. 바다는 누구의 양해나
용서도 구하지 않았다. 바다는 그냥 있었다. 누가 바다에 나오고 누가 뭍에 남든, 누가 살아남고 누가 가라앉든, 누가 살고 누가 죽든 상관하지
않았다. 바다에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바다는 그냥 있었다."...85p
톰이 바다로 병을 보내기 위해 알아야 하는 바다 지식이 차근차근 설명된다. 아주 자연스러워서 내가 어떤 지식을 알게 되었는지조차 깨닫지
못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톰이 느끼는 감정들, 변화, 동요 묘사 또한 뛰어나다. 판타지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 정황이 가득하지만 조건을
열어놓아서 확신은 못한다. 그런 점이 좋다. 열린 결말은 아니지만 뭔가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
<바다에서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렉스 쉬어러라는 작가를 확실하게 각인하게 되었다. 이 작가의 책을 아주 오래 전부터 읽었지만
동일인이라는 생각은 못해봤다. 심지어 몇달 전에 <유령부>를 읽었음에도 말이다. 우연찮게 아이가 오래전에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책<쫓기는 아이>를 최근 읽게 되면서 모두 같은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다에서 보낸 편지>는
<유령부>와 오히려 분위기가 비슷했지만 작품 전편에 흐르는 "희망"이라는 메세지는 모두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 의지가 있다면 결국 해피엔딩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들 책의 뻔한 권선징악형 교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알렉스 쉬어러의
작품들엔 그런 긍정 희망과 함께 다양한 상상이 들어가 있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