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영재들 - 어른이 될 수 없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영재의 심리학 시리즈
잔 시오파생 지음, 이은주 옮김 / 와이겔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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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을 가끔 본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그 아이의 능력 보다는 그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게 좋아서다. 환경적으로 너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 자신을 닦아나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엄마, 아빠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빈 구멍을 보이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능력 보다 그 아이 자체라는 사실이다.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가 하는.

 

<어른이 된 영재들>은 같은 작가의 전작 <영재의 심리학>의 후편 격인 책이다. 전작을 읽고 전국에서 날아왔다는 어른 영재들의 편지를 받고 작가는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어린 시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자신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라 어쩔 수 없는 외톨이처럼 삶 속을 방황하는 어른이 된 영재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두 번째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책이 일기가 쉽지는 않다. 우선, 내 주변에 영재가 있거나 나 자신이 영재가 아닌 바에야 특별히 영재들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우리 주변에 어디선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불행한 어른이 된 영재들을 위해, 혹은 이제 막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려 하는 어린 영재나 그의 가족들을 위해서도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재가 무엇일까. 사실 예전엔 "천재"라는 단어가 있었을 뿐이다. 이 천재는 일반인들과는 너무나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 천재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주변의 너무나 큰 기대나 잘못된 양육으로 실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소문이다. 최근의 영재는 그보다는 좀 더 가벼워 보이는 단어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능력이기 보다는 어느 한 면에서 뛰어난, 혹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영재라고 부르지 않던가?

 

<어른이 된 영재들>은 영재의 올바른 정의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정의를 읽고 그들의 특성을 읽다 보니 조금 의아하다. 모든 사고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순식간에 일어나 이들 또한 어리둥절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던 영재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만약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들을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른다면, 또한 그 과정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이해받을 수 있는데 그것을 설명할 수 없어 주변인들에게 이해받을 수 없다면, 차근차근 생각하여 뭔가 결과를 도출하고 싶은데 널뛰듯 뛰는 사고를 따라잡을 수 조차 없다면... 과연 그 지능이 내게 행복감을 안겨줄 것인가.

 

"과도한 지능은 고통이다. 지능은 고통을 주는데, 누구도 그것으로 고통받는 자를 가엾게 여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지능은 질투와 공격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고통은 가중된다. "...68p

 

이렇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남들보다 쉽게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므로 사는 게 훨씬 쉽지 않을까, 간단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변인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해 계속해서 좌절하고 실망한다면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 실제로 이 책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던 많은 어른이 된 영재들을 위해 쓰였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우리들을 위한 책이다. 뛰어난 지능을 삶에 이용하든 이용하지 않든 영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나에게 그렇듯 "자존감"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뛰어난 지능을 지녔으면서도 성공했다거나 인정받았다고 느끼지 못했을 모든 영재들에게 "이해한다고, 그러니 힘내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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