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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할 자유 ㅣ 라임 청소년 문학 19
로렌 밀러 지음, 강효원 옮김 / 라임 / 2016년 3월
평점 :
내 책상 위 다소 두꺼운 <실수할 자유>를 흘깃, 쳐다보며 중 1 딸은 "딱 봐도 재밌겠네!"라고 시크하게 말하며 지나갔다.
책을 지지리도 싫어해서 수업 때마다 애를 먹이는 또다른 중 1 친구들 또한 "우와~ 선생님,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 라며 흥분한다. 참
신기하다. 애들은 표지와 제목만 봐도 책이 재미있을지 재미없을지 감이 오나 보다. 사실 난 이 책의 표지와 같은 그림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이들과 정 반대였는데(물론 뒷표지 내용을 잠깐 보고는 똑같이 흥분했지만...) "책 읽기"의 ㅊ만 들어도 치를 떠는 애들도 읽고 싶다니, 일단
이 책 표지는 성공했다.
사실 이 책의 매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표지에만 있지는 않다. 2030년이라는 멀지 않은, 추측 가능한 미래의 배경에, 당연히 SF적인
요소가 가미되었고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밖에 나가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의 업그레이드판의 등장까지. 딱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의 모습을
그대로 상상해 보는 기분이다. 너무 멀면 공감이 힘들다. 그런데 적당한 이 미래의 이야기는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IT 분야에서만큼은
엄청난 발전을 이룬 뒤이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내가 대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삐삐 시절이었다. 3, 4년도 되지 않아 무전기 같은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생기더니 곧 누구나
핸드폰 하나씩 들고 다니는 시절이 왔다. 지금은 핸드폰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전화기가 아닌 컴퓨터의 모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실수할 자유>에서는 "제미니"라고 부른다. 이 제미니에는 사람들의 의사 결정을 돕는 앱인 "럭스"가 있다. 점심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부터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재촉해 주기도 하고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하여 어떤 옷을 입는 것이 좋은지도 조언해준다. "세상에! 진짜
편하겠다!"라고 저 마음 속 게으른 내가 외친다. 왠지 정말 몇 년 후에는 이런 앱이 나올 것만 같다. 요즘 빅데이터가 한창 뜨며 각 회사들은
마케팅에 이용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것들을 이용해 이런 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 진짜 이런 앱이 생긴다면 사람은 도대체 무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점점 더
뇌를 사용할 일이 없지 않을까? 그러면 처음엔 분명 나의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물들을 그대로 따르는 선택이었겠지만 나중에는 기계에 의존하여 기계의
선택을 따라만 가는 의존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네가 선택하지 않으면 세상이 너를 선택할 거야." ...209p
소설에는 더 큰 음모와 사건들이 있다.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정말로 어디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일 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큰 사건으로 마무리 하다 보니 책을 읽는 중간에 느꼈던 기기에 대한 개개인의 의존도는 묻혀버린 것만 같다. 실수를
하더라도 나의 자유 의지를 믿을 것인가, 귀찮고 성공하기 위해 기기에 의존할 것인가. 같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한 번쯤 이야기 나눠본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