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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ㅣ 꿈공작소 27
인그리드 샤베르 글, 다니 토랑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 집에 혼자 있어도 괜찮았는지 잘 생각이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혼자 있어도 괜찮고 또 그것을 즐기게까지 된 것은 사춘기가 된
이후였던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혼자 집을 지킨다는 것은 언제나, 늘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바깥 날씨가 우중충해지면서 비라도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면 이불을 꼭 뒤집어 쓰고 꼼짝않고 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는 그런 날씨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집들도 푹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은 날씨
말이죠. 너무나 세찬 바람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죠. 이런 날이면, 가축과 배를 안전한 곳에 놓아두러 나가신 아빠와 엄마 때문에 늘 혼자 집에
있게 되었죠. 너무나 무섭지만 지금까지는 괜찮았어요. 늙은 개 해링턴이 곁을 지켜주었거든요. 하지만 그날, 해링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해링턴을 목놓아 부르고 또 부르다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세찬 바람이 늙은 개 해링턴을 빼앗아 가버렸을까봐요. 그리고 아이느
곧 망설임 없이 덜컹거리는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갑니다. 바람 때문에 한 발짝도 떼기 힘들지만 해링턴을 계속해서 부르며 해링턴을 찾아
달려나가죠.

"해링턴을 찾아 달리고 또 달렸어요.
더는 춥지도, 무섭지도 않았어요.".... (책 속 발췌)
어느덧 아이는 추위와 무서움에 떨던 약한 아이가 아닙니다. 자신을 언제나 지켜주던 늙은 개 해링턴을 지켜주기 위해서죠. 자신만큼이나 무거운
개를 안고 더이상 뛸 수는 없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개도, 아이도 무사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집으로 돌아온 부모가 위험하게 집 밖으로 나선 아이를 꾸짖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이가 왜 그렇게 했는지를 알게 된다면 무조건
혼만 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개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고 예쁘기 때문이지요. 항상 도움을 받고 자신을 지켜주던 존재를 위해
자신도 자신을 내놓고 그 존재를 지켜주려 한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아이의 예쁜 눈망울이 커다랗게 클로즈업 된 얼굴 그림이 화면 가득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감정을 그림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두려움,
결연함, 안도감과 행복감까지요. 휘날리는 나뭇잎, 날아가는 우산, 그림책, 개집과 젖소, 아이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이 세찬 바람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밖으로 나아간 아이의 결정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하게 했는지를 잘 느낄 수 있죠.
아이가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사랑입니다. 내가 아끼는 소중한 존재를 위한 행동, 많은 용기가 필요한 행동은 바로 사랑에서부터
비롯되었죠. 아이와 애완견이 서로를 꼭 안고 행복한 듯 잠든 모습은 저절로 웃음이 베어나올 정도입니다.
일방적인 사랑은 없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나 자신도 내어줄줄 알아야 진정한 사랑이죠. 휘몰아치듯 세찬 바람과 급박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결말까지 마치 짧지만 긴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한숨과 함께 미소가 지어지죠. 아주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