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산성과 보련산성 파란하늘 전설 시리즈 2
강무아 지음, 김희남 그림 / 파란하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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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부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여름이 되면 "전설의 고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했었다. 납량 특집이라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며 시원한 여름을 보내라는 의도가 있었지만 전국에 잘 알려진 전설과 더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발굴하여 보여주었다. 이야기가 끝나면 성우의 나래이션으로 "이 이야기는 ~도 ~군 ~읍에 전해지는 전설로서~" 하던 설명이 곁들여졌고 무척 인상적이었다. 전설은 그렇게 오랫동안 땅에 남아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더해지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면서 우리의 옛이야기를 지키고 있었다.

 

왠만한 전설은 어렸을 때 "전래동화"를 통해 익숙해진다. 그 과정에 우리의 문화를 습득하고 전설 속에 녹아든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장미산성과 보련산성>은 익숙하지 않은 전설이다. 아니, 나로선 처음 들어본 전설이었다. 그런 전설인데다 아이들이 흔히 읽는 전래동화 속 권선징악의 구조도 아니어서 읽으며 많이 놀랐다. 오히려 이 전설 이야기는 우리에게 주입식 교훈을 심어주기 보다는 주제를 던져주고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과연 이것이 옳았을까... 하고.

 

아주 오랜 옛날, 지금의 충북 충주 지역에 가마골이라는 마을에 힘이 센 남매가 살았다. 누나 보련이와 동생 장미는 무척 힘에 세어 나라를 지킬 만한 대장군감이었다. 하지만 한 마을에 대장군감이 둘이면 마을이 위험하다고 하여 마을의 천군은 하늘의 계시를 근거로 두 사람이 시합을 벌여 이기는 사람이 남고 지는 사람은 제물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가 이 둘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나섰지만 목숨을 잃었고 때문에 어머니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 시합을 시키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옛날 이야기이다. 많은 전래동화 속 이야기들이 조선시대 후기에 생겨난 것들이 많은데 이 전설은 백제, 고구려, 신라 삼국시대 보다 이전인 삼한시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척 신기했다. 아이들이 역사를 배우며 처음 듣게 되는 낯선 어휘들은 익숙하지 않기에 무조건 외워야 할텐데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천군이나 읍차, 소도 같은 단어들이 이야기와 함께 잘 어우러져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보련이와 장미의 어머니는 누구를 선택할까. 그 오랜 옛날 시절을 생각해 보면 "장미"를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모계가 아닌, 부계 사회에서 시집을 가 노동력을 빼앗기게 되는 보련보다는 대를 잇고 노동력의 원천이 되는 아들을 살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아이들은, 특히 여자 아이들은 분개할지도 모르겠다. 사회에 나가면 아직도 계속되는 남녀차별이, 어쩌면 집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남녀차별에 화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책 뒤쪽에는 원래의 전설이 실려있다. 원작과 다른 결말을 낸 것은, 안타까운 생을 살다 간 보련이가 힘을 냈으면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고 한 번쯤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그 오래 된 남녀차별이 왜 지금까지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는지를. 그런 사회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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