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모른 척해 줘 라임 청소년 문학 17
A. S. 킹 지음, 전경화 옮김 / 라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이미 죽은 아이를 미워해도 되는 걸까? 그것도 단짝 친구였는데?" ...7p

 

강렬한 첫 시작이다. 단짝 친구가 죽었는데 어떻게 그 아이를 미워해도 되는 거냐고 물을 수가 있을까. 뭔가 대단한 사연이 있지 않는 한은 말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단짝 친구 찰리가 죽은 후의 베라의 일상이 나온다. 장례식 후 평범한 듯 다른 일상을 보내는 베라. 숨겨진 사연을 밝히기라도 하듯 베라의 주위에는 수십, 수백, 수천의 찰리들이 떠다니며 베라를 압박한다. 유령은 아니다. 베라 마음 속의 해결해야 할 무언가가 만들어 낸 찰리들이다.

 

찰리와 베라는 작은 숲을 경계로 이웃하여 살았다. 양쪽 집에서 나는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깝고도 적당히 먼 거리였다. 때문에 각자의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속속들이 알고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줄 만큼 친한 단짝 친구이다. 찰리네 집에서 가끔 들리는 끔찍한 소리들이 들릴 때마다 베라의 아빠는 모른 척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서서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어린 베라로서는 당연히 찰리의 엄마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른들은 모른 척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때론 상대방이 모르는 척 해줄 때 고맙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너무나 심각하고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면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모른 척 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학교에서 괴롭히는 아이? 그냥 무시해. 헛소문을 퍼뜨리는 여학생? 그냥 모른 척 해. ...(중략) ...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휩쓸리지 마. 납작 엎드려 있어. 어쩔 수 없잖아, 베라.

미안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우리가 살면서 잘못된 일들을 모두 무시하고 모른 척하기로 한다면, 앞으로 그런 일들을 어떻게 바로잡아 나갈 수 있을지......."...34p

 

찰리와 베라의 가정 환경은 그리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찰리네는 가정 폭력에, 베라네는 엄마의 가출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베라네서는 노력하는 아빠가 있고 엄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베라가 있는 반면, 어느 누구도 아는 척 해주지 않아 폭력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찰리는 그런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차이가 이 책의 시작을 만든 것은 아닐지.

 

<모르는 척>이라는 책이 있다. 학교 폭력을 모르는 척 한 아이들도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 그림책이다. 우리는 심각한 일에 끼어들어 나 또한 손해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르는 척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도움 받지 못한 누군가는 벗어나고 싶어도 멋어날 수 없어 폭력의 수레바퀴 속에서 대물림을 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모르는 척 살아선 안 될 것이다. 책 제목 <제발 모른척 해 줘>는 어쩌면 제발 나를 도와달라는 찰리의 외침,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도와달라는 베라의 외침일 수 있다. 베라가 다시 자신을 낳아 새로운 베라가 되듯이 우리도 그냥 모르는 척 해선 안될 것이다. 조금의 관심이, 폭력의 굴레에 갇혀있던 많은 아이들을 도와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