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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왕국 이야기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38
리키 블랑코 글.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5년 12월
평점 :
새삼스럽게 이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연말입니다. 추운 날씨 때문일까요? 유독 겨울만 되면 고독사라든가, 연탄 기증이라든가 하는 뉴스가
많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각만이 아니라 실천하는 행동력도 지닌다면 이 세상은 참 살만 할텐데
말이에요.
<얼음 왕국 이야기>는 자기들 입장에서만 생각하던 사이 나쁜 두 왕국에 대한 그림책입니다. 아이들 그림책이라고 하기에는 무척
사실적으로 그려낸 일러스트와 내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두 왕국은 오랫동안 서로 미워하면서 싸울 기회만 엿봅니다. 왜 미워하게 되었는지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냥
어느새 그렇게 된 거죠. 강을 잇는 다리가 있지만 아무도 건너다니지도 않네요.

결국, 증오가 극에 달한 날 두 왕국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길을 통해 다른 나라로 쳐들어갑니다. 서로가 서로의 나라를 쳐들어갔으므로 서로의
나라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도 모른 채 불을 지르고 닥치는대로 부숩니다. 정신을 차리고 서로의 왕국이 텅 빈 것을 알았을 때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죠.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모두 지쳐 이들은 텅 빈 서로의 나라, 집으로 찾아 들어갑니다. 오래 지낼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고향의 자신 집과
비슷한 집들을 찾아 부서진 처마 밑에서 잠을 잡니다. 밤새 눈이 내리고 강은 얼어버립니다.

두 나라의 왕과 여왕은 협상을 위해 각자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의논했으나 협상은 결렬되고 다음 날로 미루어집니다. 사람들은 하루를
더 보내야 하므로 딱 그만큼만 집을 손봅니다.

그렇게 몇 주, 몇 달이 흐릅니다. 처음엔 서로에게 욕을 하고 돌을 던지며 서로의 나라에서 생활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던 사람들은 그곳에서의
생활도 자신들의 생활과 그다지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겨울 바람이 훈훈한 바람으로 바뀌고 미움은 사라지고 다리 건너 이야기를
나누며 생활을 이어갑니다. 두 나라는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 원래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면 처음의 그림과 명암이 다릅니다. 해의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바뀐 국민들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이젠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있네요. 저 뒤쪽 탑에선 아직도 두 나라의 왕과 왕비가 협상을 하고 있고요.
그림책이지만 마치 지금 우리 세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세계 곳곳에선 아직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요. 나라와 나라 간의 전쟁 뿐만 아니라
우리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미움과 증오가 있지요. 이것을 풀어내는 방법은 역시 "역지사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 그리고 이해하고 감싸안아 주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이웃을 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