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 2] 숨어있는 적들

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2 - 숨어 있는 적 ㅣ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2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11월

개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들을 몇 권 읽었다. 특히 잭 런던의 <늑대 개, 화이트 팽>은 야성과 복종 사이에서 갈등하는 늑대 개의 이야기를 소재로 그 섬세한 갈등을 잘 그려낸 책이다. 개들에게 야성과 복종은 쉽게 결정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미 복종으로 다스려진 애완견들이라면.

<살아남은 자들> 시리즈는 <워리어> 시리즈로 유명한 에린 헌터의 작품이다. 역시나 "개"가 주인공이고 이들에게 판타지적인 커다란 시련이 부여된다. 사실 1권을 읽지 않아 주인공 럭키와 벨라 무리들이 그동안 어떤 시련을 거쳐 왔는지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개들만의 표현인 "큰 으르렁거림"이라든가, "땅의 개", "물의 개", "시끄러운 우리" 같은 어휘를 이해하는 데에 한참 걸렸다. 사실 "땅의 개"나 "해의 개"처럼 자연을 의미하는 것을 제외한 표현들은 아직도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지진니아 불도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추측만 할 뿐.

아마도 1권에서는 도시에 사는 벨라 무리의 애완견들과 도시의 거리 개로 살던 럭키에게 "큰 으르렁거림"으로 인한 사고가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애완견들은 자신들의 주인을 일컫는 "긴 발"들을 모두 잃고 갑자기 스스로 생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때 이미 스스로 살아가고 있던 럭키의 도움으로 조금씩 이 시련을 이겨나갔던 듯하다.

2권의 시작은 어느 정도 살 만한 곳과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한 럭키가 이들 무리를 떠나 혼자만의 길을 가던 중 소리를 듣고 돌아오며 시작한다. 아직은 연약하고 스스로 살아가기 힘든 애완견들이기에 지켜주어야 할 것 같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그렇게 돌아간 곳에서 마주친 무리는 아주 튼튼하고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늑대 개 무리가 있었다. 럭키는 이 또다른 무리들 사이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까.

럭키는 고독을 즐기는 개이다. 워낙 인정이 깊고 책임감과 성실함도 있어 벨라 무리를 모른척 할 수 없지만 사실은 어떤 무리에 속해서 이것저것 지켜야 하는 규을이나 당연히 규정지어지는 의무 같은 것들을 이겨낼 수 없다. 무엇보다 무리에서 강요되는 잔인함이나 강제성을 무척 힘들어 한다. 그래서 럭키는 무리를 떠나 고독한 개로 남고 싶다. 하지만 2권, "숨어 있는 적"에서는 상황 상 무리에 낄 수밖에 없고 그 무리 속에서 배움을 얻기도 하지만 다시 한 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벨라의 무리와 늑대개의 무리는 성격이 다르다. 벨라의 무리는 모두가 평등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를 도와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늑대개의 무리는 무엇보다 규율을 가장 중요시 하는 무리이다. 때론 정말로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럭키는 이들의 무리에 대해 거리감을 느낀다. 럭키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2권의 마지막에서는 럭키에게 선택의 순간이 온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럭키가 어떤 결정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아직 도처엔 어려움이 많고 럭키는 자신이 자신다울 수 있는 상황도 아직 만들지 못했다. 럭키의 모험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