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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ㅣ 라이프 포트레이트
제나 알카야트 지음, 니나 코스포드 그림,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실험적인 모더니즘 작품도 많은 이들에게 읽히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을 읽고 그 작품을 좋아하게 되거나 관심있는 작가에 대해서는 그의 일생을 알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일생을 잘 알아야만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이종출판사의 "Life Portraits"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일생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시리즈이다.
마치 그림책처럼 페이지의 여백과 너무나 예쁜 일러스트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작가의 일생이 깊게는 아니지만 그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듯한 내용은 때론 감동으로, 때론 그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첫 페이지는 그녀의 초상과 <댈러웨이 부인>의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칼처럼 모든 것을 얇게 저미는 동시에, 그것을 밖에서 바라보았다."...<댈러웨이 부인> 중

아델린 버지니아 스티븐은 1882년 1월 25일에 태어났다. 역사가이자 비평가였던 아버지와 대단한 미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세 명의
형제들과 의붓 남매들까지 함께 살았다고 한다. 집안 분위기가 학술적이어서 어려서부터 읽고 쓰는 데 집착했던 버지니아는 언니 바넷사와 평생
의지하는 친구로 지낸다. 자매가 없는 나로서는 이렇게 평생을 의지할 수 있고 영원한 내 편이라는 자매의 존재가 부럽기 그지 없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를 읽으며 바넷사와의 관계를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아이들이 자매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들도 평생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동안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버지니아는 어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아버지와 의붓언니 스텔라가 그녀의 곁을 떠나며 깊은 슬픔에 빠진다.
바넷사는 블룸즈버리로 이사해 새로운 출발을 했고 이곳에서 자매는 예술, 정치, 철학, 사상 등에 대해 다양한 이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벌이게
된다.
평소 버지니아 울프의 삶에 대해 아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작품에 영향을 끼쳤을 이 "블룸즈버리 그룹" 이야기는 매우
신선했다. 거리를 쏘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이 시대의 사람들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주고 자신에게 헌신하는 레너드 울프를 만나 결혼하지만 책을 출판하며 생긴 스트레스로 신경쇠약 직전까지 내몰렸다니 행복
뒤에 오는 불행 같다. 작가들 혹은 예술가들은 어딘가 기행적인 부분이 있다라는 편견은 옳지 않다. 그녀의 일생 중 어떤 부분이, 혹은
태어나면서부터 예민한 어떤 구석이 그들을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작품마다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던 버지니아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죽음이 왠지 이해되는 것은 그녀의 일생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가장 최선으로 보이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었지요...
어떻게 두 사람이 그 이상 행복할 수가 있겠어요...
난 더 이상 당신의 삶을 망칠 수 없어요."... 편지 1941년 3월

언젠가는 읽어보겠다고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여러 작품들을 왜 지금까지 읽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이제
그녀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수필 <자기만의 방>을 비롯한 소설들을 읽어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평생 죽음이
따라다녔던 그녀의 일생 중에 그래도 행복했던 몇 년과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고뇌 속에 그녀를 버티게 해주었던 생각들이 그 속에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