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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된 팔만 개의 나무 글자 - 팔만대장경이 들려주는 고려 시대 이야기 ㅣ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5
김해등 지음, 이용규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0월
평점 :
고려의 역사는 복잡다단하다. 그래서 우리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외세의 침입도 많고 정권이 여러차례 바뀌는 고려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고려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역시 그 역사를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일 것이다. 따로따로 떨어진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그제야 역사가 제대로 이해되는 것이다.
<역사가 된 팔만 개의 나무 글자>는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한 인물이나 유물을
내세워 그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시리즈이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나 유물의 입으로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그 시대를 실감할 수 있다.

책은 팔만대장경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해인사에 살고 있고, "불교의 교리를 한 글자 한 글자 나무판에 새겨 만든
경전"이라는 설명으로 아이들에겐 낯선 어휘들, 이름들을 설명해 줍니다.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완성된 팔만대장경은 무려 700살이 넘었는데
그저 오래됐다고만 생각하다가 700년이라는 숫자를 보니 팔만대장경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집니다. 7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는 동안 쪼개지거나
구부러지지 않고 이렇게 잘 보존이 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가 세워진 918년의 일부터 시작합니다. 나라가 안정되는가 싶더니 북쪽의 거란이 침입해 오죠. 거란 장수 소손녕의 속내를
알고 있었던 서희가 나서 전쟁 없이 거란족을 설득하고 강동 6주까지 얻어옵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거란족은 또다시 고려를 침입하죠.
고려는 불교의 국가라서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초조대장경"을 만듭니다. 그 이후 거란족은 물러나고 3차
침입도 강감찬 장군이 크게 무찌릅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초조대장경이 나라를 구했다고 믿게 됩니다.

그사이 문신의 멸시를 참다 못한 무신들이 난을 일으켜 정권을 잡습니다. 이런 상황에 몽골까지 쳐들어오고 무신 정권은 강화도로 피신,
백성들은 몽골군의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사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백성들은 포기하지
않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사실이에요. 백성들의 의지에 놀란 몽골군은 초조대장경을 불태우기에 이르고 고려는 다시 경전을 만들게
됩니다. 팔만대장경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에요.

전쟁 중이었고 먹고 살기도 힘들었지만 고려 백성들은 대장경 만드는데에 최대한 힘을 보태었어요. 작업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여 정성을 들여
만들어 나가는 동안 명필가들과 조각가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대장경 만드는데 힘을 보탭니다. 결국 고려는 몽골에 항복하게 되지만 이 대장경은
백성들의 마음의 중심이 되지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날까요? 아니에요. 조선이 세워지고 여러 차례 장소를 이동하게 된 대장경은 해인사에 와서야 장경판전 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완벽한 습기가 조절되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된 장경판전 또한 세계문화유산이지요. 임진왜란 당시나 6.25 당시 불에 탈 위험에
직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팔만대장경이 우리나라 국민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팔만대장경은 잘 지켜집니다.

책의 뒤편에는 이야기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설명이 있습니다. 고려의 전체적인 역사 개요와 더불어 팔만대장경 이외의 고려 문화
유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팔만대장경 만드는 과정과 장경판전에 대한 설명은 어째서 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장경이 잘 유지될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해인사에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몇 년 전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를 못했죠. 직접 가서 장경판전의 창문 크기나 햇빛이
비추는 방향, 그 안의 바람의 방향 등을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훌륭한 분들이신지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져 올 것
같습니다. 내년 날씨가 풀리면 아이들 데리고 꼭 해인사에 갈 계획을 세워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