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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어떤 자는 여행을 하도록 숙명적으로 태어난다. 그는 남루한 옷에 낯선 장소의 고독을 마다하지 않으며, 그가 오랜 시간대에 걸쳐 별들을
여행한 것처럼 이 지상의 여러 마을들을 통과해 마침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바바 하리 다스
작가의 이름을 모르는 독자가 몇이나 될까. 그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아주 오래 시간
꾸준히 읽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책을 읽도록 한 것일까. 워낙 감성적이며 마음에 와닿는 작가의 시를 수필로
읽고 싶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미지의 세계,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 작가가 체득한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익숙한 하얀색 표지 대신 예쁜 그림으로 탈바꿈한 개정판을 놓고 나는 이제야 그 대열에 합류한다.
"인도"라는 나라는 내겐 정말로 미지의 세계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책도 별로 읽어본 적이 없다. 다만 아는
선생님께 한창 사춘기의 아이들이 인도를 여행하고 나면 큰 변화를 통해 아이가 한층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도대체 어떤 나라이길래?
내가 직접 가보지 않는 한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아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작가가 인도를 여러 번 여행하는 동안 만나는 다양한 인도인들은 아주 전형적인 인도인들일까. 작가는 "개정판을 내며"라는 글을 통해 지금의
인도인들은 예전과(작가가 처음 여행하던 25년 전의 모습) 같지는 않다고 한다. 우리보다 더 바쁘고 더 크게 항의하고 더 물질적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한 가지. 그것은 인도인들의 참을성이라고 한다.
책 전체를 통해 읽히는 것은 바로 그런 인도인의 모습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느긋한 그들의 모습에 작가는 화도 내보고, 항의도 해보고,
무시도 해보지만 다시 되돌아오는 것은 "노 프라블럼"이다. 그리고 깨달음.
"너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불평하지 말고 오히려 삶이 일어나는 대로 받아들여라. 그러면 넌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29p
이러한 배움은 현자 스승에게서 올 수도 있지만 그보다 버스 안의 한 청년에게서, 걸인에게서, 좀도둑에게서나 길 가던 누구에게서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공감되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보다 더 화가 나고 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정신을 일군 사람들의 깨달음이니 어쩌면 정말로 그 길이 내 스스로가 가장 행복해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열 번을 여행했지만 인도는 여전히 내게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나라이다. 더럽고, 익살맞고, 황당하고, 고귀하고, 기발하고, 화려하다.
인간의 모든 고정 관념을 깨부수는 것들이 뒤범벅되어 마술처럼 펼쳐진다. 인도뿐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그러하지 않은가."...2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