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미숙 옮김 / 올댓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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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조금 공부하면서 항상 공백을 느꼈다. 서로마가 멸망한 후 동로마로 그 중심이 옮겨지고 십자군 전쟁이나 동로마 제국의 멸망에 이어 르네상스와 시민혁명, 산업혁명으로 근대로 이동하면서 숨가쁜 역동의 세월이기에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중세시대의 유럽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한 번 생긴 공백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낼 여유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중요했다. 그녀들의 초상화가 그려진 시대가 바로 그 중세시대의 유럽 무대였기 때문이다.

 

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서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미술사 속의 초상화"도 매우 의미있게 읽었다. 누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가까이에 놓고 싶어하기에 초상화는 아주 옛날부터 존재했다는 사실과 그 시작이 고대 로마에서부터였기에 사실성을 띤 초상화를 통해 그들의 종교관까지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은 초상화가 단순히 사람의 얼굴을 그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모든 면에서 암흑의 시대로 불린 중세시대에서는 초상화조차 암흑의 시간을 보냈고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다시 인간성이 드러난 초상화가 각광받았다는 사실도. 역사를 알면 알수록 하나의 사상, 이론 등은 한 군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연결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때문에 점점 더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기본만 충실히 공부해 놓으면 조금씩 더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에는 15세기 이후 각 시대에 그려진 15명 미녀들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그 시대와 그녀들을 둘러싼 배경을 설명한다. 화가에 따라 그녀들의 나이에 따라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을 보면 그림과 역사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 느낄 수가 있다. 화가들은 그녀들의 모습 그 자체를 사실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그녀들의 성격이나 상황 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 대해서 가장 흥미롭게 읽고 주변에도 추천하는 책은 <위풍당당 엘리자베스 1세>이다. 아이들 책이지만 엘리자베스 1세의 일기 형식을 통해 그녀의 삶 자체를 조망하고 있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그랬기 때문인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또다른 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왼쪽의 그림은 13세의 엘리자베스 왕녀이고 오른쪽 그림은 1575년 경의 초상화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자신의 초상화를 인정된 화가 외에 검열을 하도록 한 이후에 본보기로 한 초상화이다. 왼쪽 그림은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으로 조심히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였기에 수수한 옷과 책을 통해 그녀의 상황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반면 여왕으로서, 더이상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풍당당함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1575년 경의 그림은 매우 화려한 의상과 화장 등으로 그녀의 컴플렉스나 까칠한 성격 등을 엿볼 수 있다.

 

유럽은 각 나라의 왕족들끼리 결혼 등을 통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기에 이 책에 소개된 15명의 여인들도 역사의 흐름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중세 유럽사를 한눈에 훑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세세한 것들까지 오래 기억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당시 그들의 문화나 풍습 등은 어느 정도 손에 잡힌 느낌이다. 특히 중세에 그치지 않고 현대에 미국의 우상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초상화(앤디 워홀)를 설명하며 현대에 초상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설명해 주어서 마무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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