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마크 트웨인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일 것이다. 동화이지만 그 당시 미국 문화를 잘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시선에 담긴 사회 비판을 잘 보여주고 있어 지금까지도 많이 읽히는 고전이다. 동시에 이 작품들의 허점이지만 마크 트웨인의 시선(인디언이나 흑인들에 대한 시선)도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작품을 통해 우울함이나 진지함은 크지 않다. 경쾌하면서 "모험"을 통한 공감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접한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좀 달랐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작품인 것은 같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사탄의 조카 사탄으로 인해 진지해지면서 인간에 대한 실망감에 우울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총 네 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중편이기 때문에 책 페이지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우화>, <기만적인 칠면조 사냥>과 <맥귈리엄스 씨 댁의 도난 경보기>는 아주 짧은 단편이다.

 

<미스터리한 이방인>을 읽으며 처음 떠오른 것은 <톨스토이 단편집>이었다. 천사나 예수님, 하느님의 등장을 통해 주인공 자신을 돌아보게 하거나 도깨비, 작은 악마 등의 등장으로 인간 혹은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훨씬 더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사탄을 통해 인간이 소중히 해 온 가치들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의 가치관을 돌아보아야 한다.

 

"너는 도덕관념이 뭔지 아니? 그것은 물론 선악을 구별하는 개념이야. 하지만 우엇이 선악인지 선택하는 자유는 모든 개인에게 있어. 그렇다면 도덕관념은 인간에게 대체 무슨 득이 될까?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열에 아홉은 항상 죄를 택하지. 진정으로 모든 죄를 남김없이 없애고 싶다면, 도덕관념을 없애면 깨끗이 해결될 거야. 도덕관념이 없으면 죄는 존재할 수가 없거든. "...82p

 

사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는 인간이기에, 너의 말은 괘변이라고,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 뒤에 따르는 사탄의 행동으로 바뀌는 결과와 인간의 운명은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나 또한 책 속 주인공 테오도르처럼 어떻게든 인간을 지지하고 변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모든 생활이 종교(기독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마녀 사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150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인간들이 행하는 짓과 지금이 그렇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좌절하게 된다. 분명 문명은 발전했고 지금 이 순간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을텐데 말이다. 인간에게 희망이란 없는 걸까?

 

마크 트웨인은 이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떴다. 그가 이 소설을 쓸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아내와 딸이 죽고나서) 이렇게나 염세주의적인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그가 사탄을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이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것이라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몇몇은 선한 마음으로, 아무 사심 없이 착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 몇몇으로 인해 아직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원컨데, 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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