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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섬 이야기 - 세계화는 지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61
오진희 글, 엄정원 그림 / 내인생의책 / 2015년 8월
평점 :

"모두섬"이라는 예쁜 섬 이름과는 달리 표지는 폐허 잔해를 연상시키는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제목 위
소제목이 "세계화는 지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라고 속 깊은 뜻을 가지고 있네요. 아마도 이 그림책은 유아들을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좀 더 큰
저학년부터 어른들까지 읽어야 하는 그림책인 것 같습니다.
시작은 바다 저 멀리 하나의 섬을 어렴풋이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섬에 대한 이야기야."라는 글귀로부터요.

이 섬은 "작은 동물들이 모두 함께 나누며 사는 모두섬"입니다. 여기저기 새들이 지저귀고 열매는 익어 또르르 떨어지며 시냇물은 졸졸졸
흐르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휴식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의 섬인 것 같아요.

사계절 내내 여기저기서 아름다운 꽃이 피고 작은 동물들이 평화롭게 오고가는, 정말 아름답고 모두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섬이죠.

어느 날, "모두섬이 생긴 뒤로 가장 많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섬에 내립니다. 이들은 내리자마자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연구했죠. 모두섬
사람들은 이 낯선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논을 했어요. 하지만 이 낯선 이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문명식품이라는 것만
먹었죠. 그리고 어느날, 이들은 모두섬 어른들을 초대합니다. 자신들이 먹는 노랑보숭이는 전세계 모두가 먹는 문명식품으로 만들 수 있으니 이
노랑보숭이를 심고 부자가 되라고요.
"도대체 왜 숲과 풀밭을 없애고 노랑보숭인지 노랑보퉁인지를 힘들게 심어야 하지요?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데요."

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노랑보숭이가 조금 심겨졌어요. 이 노랑보숭이는 모두섬의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탐스러운 열매로 자랐답니다. 열매를 베어 물자 달큰한 물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갔어요.

낯선 이들은 이 노랑보숭이를 비싼 값에 사주고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었지요. 그리고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문명식품이나 한겨울 눈이 올
때도 발이 젖지 않는 뒷다리장화나 부드럽고 달콤한 얼음죽이나 한 모금 마시면 신기루가 보이는 랄랄라물 같은 것을 잔뜩 주고" 갔지요. 모두섬에는
노랑보숭이 재배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모두섬 주민들은 노랑보숭이를 팔아 문명식품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모두섬은 숲과 풀밭이 점점 사라지고
노랑보숭이 밭으로 가득하게 되었어요.

모두섬은 괜찮을까요? 모두섬을 평화롭게 지켜주던 숲과 풀밭 없이 말이에요. 숲 속 생태계를 유지하던 작은 곤충들도, 작은 동물들도
떠나버리면 모두섬 주민들도 살기 힘들텐데 말이죠.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장면이 몇몇 있었어요. 산업혁명 후 인간들이 편해지기 위해 베어낸 나무들, 공장을 짓기 위해서, 철도를 깔기 위해서
베어낸 수많은 숲이 있지요. 어느 정도 개발된 선진국들은 좀 더 비옥한 땅을 찾아,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더 많은 숲을 자기네 땅으로
만들고 또 베어냈죠. 과거의 일 뿐일까요? 지금도 후진국에선 잘 사는 나라를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있을지도 모르죠.

책의 마지막 말에 참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요. 잘못된 선택에 모두섬의 행복은 모두 사라졌죠.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위해서, 편안함을 위해서 선택한 결정이었기 때문이에요.
다시 한 번 소제목에 눈이 갑니다.
"세계화는 지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세계화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만 잘 살지 않고 저 먼 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까지 생각하며 미래로 나아간다면 훌륭한
세계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 다 같이 숲을 없애고 풀밭을 없애면서 망해가는 세계화라면 옳지 못하겠지요. 봄이 되면 황사가 불고,
미세먼지의 공격에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지금, <모두섬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이 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