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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래 시쿠 ㅣ 아름다운 청소년 12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 이재경 옮김 / 별숲 / 2015년 8월
평점 :
책을 읽고 나서 저자를 확인하고 그 작가가 쓴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목록을 작성하게 하는 책이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렇게 연계해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중학교 필독도서 <손도끼>와 비슷한, 하지만 주인공의 목적이 다른 <나의 산에서>를 읽고난 후
그랬다. 당연히 2편인 <먼 산에서>를 구입해 읽었고 그러자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으며 그렇게 또
<줄리와 늑대>와 <줄리>를 만났다. 무엇이 이 작가의 책에 무한신뢰하게 만들었을까.
<전설의 고래 시쿠>는 작가의 마지막 유작이라고 한다. 마저 끝마치지 못한. 다행인지 작가의 두 아들은 작가이면서 활머리고래
전문가 겸 생물학자여서 두 아들이 작가의 마치지 못한 이 작품을 어머니의 특성을 잘 살려 끝마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책의 마지막 부분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괜히 한 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작가의 책은 자연 그대로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설의 고래 시쿠"는 활머리고래이다. 북극고래라고도 불리는 고래이므로 서식지는 주로 북극이다. 20미터 정도의 크기이지만 아주 온순하며
플랑크톤, 크릴 새우만 먹고 산다. 가장 긴 수염을 가지고 있어 1800년대 후반에 포경업에 의해 살육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1935년 이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으면 책의 내용이 뻔히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작가의 힘이다.
투자크는 10살에 바다에 나갔다가 시쿠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에스키모인에게도 이는 흔치 않은 일이라 투자크는 자신은 활머리고래에게
은총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시쿠는 턱 아래 아주 독특한 모양의 점을 가지고 있어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의 고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양키들에게 고래들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고 나서 투자크에겐 고래의 저주가 내린다. 이제 투자크는 고래가 죽을 때까지 자신의 고래 시쿠를
지키는 임무가 내려졌다. 활머리고래는 100년도 넘게 산다 하니 이 임무는 투자크의 대를 이어 계속될 것이다.
1848년에 시작된 이야기는 고래를 지키기 위한 투자크와 포경업에 종사하는 톰 보이드의 이야기를 오가며 계속된다. 어린 소년이었던 이들이
어른이 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자신들의 이름을 물려줄 때까지. 그동안 포경업은 극대화되어 몇십년 만에 고래의 수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줄어든다. 그 와중에도 시쿠는 자신만의 여행을 계속 했고 대를 이은 투자크의 후손들과의 교감도 계속된다. 투자크 가족은 고래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설의 고래 시쿠>는 <줄리> 시리즈와 조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리적 배경이 똑같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줄리의 여행이 에밀리의 짧은 여행과 닮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동물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시쿠는 시쿠만의 재미로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작가가 얼마나 동물들의 생태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연구했는지 감탄하게 된다. 지식책이 아니지만 한 동물에 대해 지식책을
읽은 것과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은 스스로 자연에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과 그 어떤 것도 동물들의 삶을 헤쳐서는
안된다는 훌륭한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여사의 책을 읽다 보면 나 또한 자연 속에 있는 듯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가장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