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게임 마니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6
선자은 지음, 고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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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또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를 다닐 때에나 사회 나와 하게 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나의 마니또로 걸릴까봐, 내 마니또에게서 받을 선물이나 내가 하게 될 선물이 부담스러워서였다. 원래 마니또 게임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친해지자고 하는 것이니 말이다. <위험한 게임 마니또>는 아주 오랜 내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해주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들과의 관계는 쉽지 않다. 오히려 어릴 때에는 어떤 상황에 대처하기에 미숙하기 때문에 내 자신이 살아남게 하기 위해 더욱 치열할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인상적인 일러스트가 책을 더욱 몰입하게 해 준다. 평소 일러스트를 잘 보지 않는데도 눈에 띌 정도이니 책을 읽는 아이들은 굉장히 집중하며 책을 통해 더욱 공포스럽고 미스테리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지율이는 학급의 부회장이다. 평소 아이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부회장이 된 것 자체가 굉장히 놀랍고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더 모범적인 학생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추천으로 마니또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율이는 한 쪽지를 받는다.

 

"김지율 죽어라.

진짜 재수 없어!" ...9p

 

심지어 그 후에는 공포스러운 인형의 머리라든지 징그러운 거미 인형이나 계속되는 저주스러운 쪽지가 이어진다.

 

"아무리 가장 친한 단짝이라도 이런 일을 알릴 순 없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 그것도 죽으라고 저주한 쪽지. 나는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인정하는 반들반들 윤이 나는 도자기 같은 애다. 집 안 어디에 놓아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백자 같은 아이. 이따위 쪽지로 흠집을 낼 수 없다."...10p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고 싶은 생각 말이다. 나의 경우 그것이 좀 심해서 스스로 '착한여자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것이 생각난다. 지율이는 자신의 이런 생각들로 오히려 "가식쟁이"라는 말을 견딜 수 없어 하고 이 쪽지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렇게 보일까봐 더욱 전전긍긍 하는 것이다.

 

 

책은 지율이의 이야기와 반에서 존재감 없는 모모의 이야기, 자신이 가장 돋보이길 원하는 시현의 이야기를 통해 전개된다. 때문에 지율이에게 쪽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오히려 이런 서술 방식이 더욱 범인을 감추고 헷갈리게 한다. 모모가 추리하는 방식에 따라 이 아이일까, 저 아이일까 같이 추리하게 되는 것.

 

내가 남자아이가 아니었으니 솔직히 남자아이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면 남자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은 잘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다르다. 아주 사소한 것,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그녀들에겐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이 된다. 행동 하나, 말 한 마디 모두 말이다. "마니또 게임"을 통해 그런 여자 아이들 사이의 섬세한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거기다 반에 묻혀 존재감 없는 아이들의 생각이나 소문 하나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아이들의 심리까지. 정말 그 또래 아이들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는 책이다.

 

책상 위에 있는 책은, 계속해서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큰딸은 몇 번을 들춰보더니 결국 서서 후루룩 읽고 너무 재미있다며 이런 책 오랫만이란다. 미스테리한 이야기에 그림은 공포스럽고 추리까지 할 수 있어 최고였다나. 하지만 그런 요소들이 아니라 아마도 그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좋은 책은 아이들의 생각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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