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의 끝에서

줄의 끝에서 - 제2회 나미콩쿠르 대상 수상작
마르셀로 피멘틀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5년 9월

실제로 책을 보면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책은 붉은 색, 검은 색 그리고 흙색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처음엔 재생종이를 사용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작가의 의도된 종이색이라고 하네요. 바로 몇몇 부족에게 영감을 받아 브라질 원주민이 사용하는 전통적 바디 페인팅과 도기, 흙인형의 장식 등에 사용되는 검은 색과 붉은 색이고 소박하고 예스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흙의 빛깔이 나는 종이를 사용했다고 해요. 그보다는 자연의 색이라서...라는 생각이 더 들기는 하지만요.

책은 어느 한 페이지도 허투루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책의 내용 특성상 앞, 뒤 겉표지와 속표지까지 모두 이용되고 있어서 책 겉껍질의 안쪽에 책에 대한 설명이나 활용법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글 없는 책을 어떻게 읽어주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는 부모님들께서는 이 페이지를 잘 읽고 활용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이 책은 시작이 없어요, 사실. 그래도 맨 겉표지를 시작으로 본다면... 거기서부터 동물들이 줄을 서 있죠. 혹은 그냥 몇 마리의 동물들이 서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곧 그 겉표지를 넘기고 속표지를 보면 "아~ 동물들이 줄을 서 있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네~ 동물들은 줄을 늘어서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심히 줄을 서는 걸까요?

책은 조금씩 색을 갖게 됩니다. 붉은 색이죠. 저 아래 어떤 손이 보이나요? 무늬를 새기고 색칠을 하는 손이요.

저 손의 주인공은 이 그림에 있는 "쿠루피라"라고 해요. 브라질의 민속 캐릭터로 숲과 동물의 수호자라고 합니다. 이 쿠루피라가 동물들에게 예쁜 무늬와 색을 입혀주고 있군요. 아! 동물들은 바로 이 무늬와 색을 얻기 위해 줄을 선 거였어요.

거북이의 등 무늬와 색이 새겨진 것이 보이나요? 또, 그 무늬와 색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도요. ^^ 이 부분은 잡아당기기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직접 종이를 잡아당기며 거북이의 무늬를 만들어줄 수 있죠. 마치 자신이 쿠루피라가 된 것처럼요.

자~ 이제 동물들은 예쁜 모습이 되었으니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까요? 아니에요~ 또 줄을 서 있네요? 또 하나의 잡아당기기 페이지로 예뻐진 자신들의 모습을 보기 위한 거울을 보려고 줄을 서 있는 거지요.

이제 너무나 기분 좋아진 동물들은, 하지만 곧 비를 만나게 되고 예쁜 무늬와 색은 빗방울로 지워지게 되지요. 동물들은 표정을 보세요.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운지!

어차피 비가 오면 다시 지워질 것을, 동물들은 좌정하지 않고 다시 자신의 무늬와 색을 얻기 위해 줄을 선답니다. 이렇게 동물들의 줄을 따라 책이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끝도 없이 돌 수 있어요.

아주 단순한 그래픽형 일러스트이지만 몸짓 하나, 동그란 눈의 표정, 머리 위의 줄 몇 개로 동물들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워요. 또, 무늬가 그려져있지 않을 때에도 이 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유추할 수 있었던 데에도 솔직히 놀랐어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남아메리카의 동물들도 있어 동물 맞히기 게임 같은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어차피~"라는 생각보다 "다시~"라고 생각하는 동물들의 끈기에 아주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답니다. 줄의 끝에서 다시 기나긴 기다림이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줄을 서는 동물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