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뤽 아우프 : 독일로 간 광부
문영숙 지음 / 서울셀렉션 / 2015년 7월
평점 :
1960년대, 한국과 독일은 전혀 다른 나라 상태로 인해 서로 합의를 하기에 이른다. 한국은 경공업 중심의 수출 지향 정책으로 인해 농촌이
붕괴되고 끝없는 실업난에 외화 부족 현상에까지 이르렀지만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며 젊은이들의 3D 기피 현상으로 많은 육체노동자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963년부터 1980년까지 정부의 주도로 많은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파견된다.
내 주위 사람이 파독 광부, 간호사가 아니라면 사실 잘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생각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저 남해에 위치한 독일마을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해줄 수 있겠고, 작년 많은 이들이 관람했던
<국제시장>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글뤽 아우프>는 실제로 파독 광부 출신으로 교육학 박사가 되신 권이종 교수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지 소설의 중심은 상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묘사되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인물의 삶 자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그때의 시대
상황이나 우리나라의 문제들, 독일에서의 힘든 노동에서 독일인들의 성품이나 문화까지 알 수 있다. 때문에 어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까지 읽고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우의 꿈은 샘골 아저씨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 전쟁이 채 끝나지도 않았을 때 우연히 샘골에서 부상당한 이를 만나 어머니와 함께
치료해 주고 목숨을 구해준 사람. 그 아저씨가 샘골아저씨이다. 혹여나 인민군일까, 빨갱이를 구해주었다고 들킬까봐 다른 이들에게 말도 못하고 몸을
건사할 줄 알게 되자 겨우 인사만 하고 사라진 이다. 이 아저씨가 전쟁이 끝난 후 고마움을 전하러 상우네 집에 인사를 오고 그때 샘골 아저씨는
상우에게 꿈을 심어준다.
"상우야, 진짜 불행한 게 뭔지 아니? 꿈이 없는 거야. 꿈이 없으면 내일도 모레도 그 후에도 네 인생은 달라질 게 없어. 꿈부터 가져.
중학교에 꼭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뭘 할지 목표를 정해. 목표를 정하고 나면 어떻게든 길이 열릴 거야."...32p
이 꿈에 대한 이야기가 상우의 가슴에 새겨지지 않았다면 상우는 형처럼 농촌에서 남의 머슴을 살다가, 겨우겨우 하루벌이를 살아갔을 것이다.
매일 끼니 걱정을 하고 어떻게 하면 하루를 살아가나 걱정을 하면서. 하지만 상우의 가슴엔 이미 꿈이 새겨져 있으므로 상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파독 광부, 간호사들은 우리나라에서 받는 월급보다 6배에서 10배나 많은 월급을 받아 고향에 있는 집으로 부쳤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곳에서 행복했을까? 독일 사람들은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는 너무나 힘든 육체 노동을, 죽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일이다. 많은 월급을
받아도 그들을 위해 사용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모든 이들이 한국에서 고생할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더 열심히, 쉬지도 못하고 일한 것이다.
하지만 "성실"이라는 근면성을 증명하며 그들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도 했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이다.
"글뤽 아우프"는 "살아서 지상에서 만나자"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다.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그토록 힘들게 일하신 그들의 노고를 모른척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