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보풀랜드입니다 -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3
공지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톡톡톡 - 안녕, 톡톡톡 - 보고 싶었어, 톡톡톡 - 미안해, 톡톡톡 - 사랑해, 톡톡톡...

 

그저 그런 청소년 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간,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파도가 밀어닥치고, 미스테리함과 진지함이 오가다가 불쑥! 슬픔, 감동이 밀려온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는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큰 여운과 감동이 있어도 결국은 해피엔딩의 여지를 남겨운 채 끝난다. 청소년 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제는 좀 더 깊어지고 진지해질지라도 중간중간 웃음과 감동을 배치한다. 시종 주제를 끝까지 몰고가는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다.

 

"톡톡톡"이라는, 어찌 보면 경쾌한 의성어에 깜빡 속았나 보다. 처음에 등장하는 귀신 놀이터와 아주 귀엽고 예쁜 노랑 모자 꼬마 아이가 그랬다. 처음엔 경쾌하게. 등장인물이 늘어나고 사건들이 일어날수록 이야기는 살짝 꼬이고, 결국은 주제가 깊은 수렁 속에서 등장한다.

 

"낙태". 아직은 우리에게 이른 주제가 아닐까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들의 임신이나 그렇기에 자행되는 낙태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은 않는 듯 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한 생명을 없애는 모든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하나의 울림이다.

 

달림은 귀신놀이터라고 불리는 놀이터에서 한 아이를 만난다. 이 아이는 엄마를 찾는다고 했다. 달림은 그저 엄마를 기다리나 보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가끔 아이와 만나며 정을 쌓아간다. 한편 달림의 가장 친한 친구, 미루가 임신을 했다. 너무 사랑했다고 믿었지만 임신과 함께 그 사랑이 덧없음을 깨닫고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이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렇게 완벽할 줄 몰랐어요."

"완벽할 수밖에. 요렇게 작아 보여도 우주를 품고 있거든. 엄마 뱃속의 양수는 고대의 바닷물이야. 이 물에서 아기들은 억 년의 일기장을 들춰내고, 유구한 세월을 견뎌온 생명의 기억을 찾아내지. 그리고 제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 너머, 그 이상의 먼시간을 본단다."...208-209p

 

한 아이의 잉태를 과연 누가 쉽게 생각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각자 자신의 상황이나 환경에 맞춰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단 한 번이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은 있을까? 그 아이가 이미 완벽한 개체로서 자신의 뱃속에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 걸까?

 

나의 둘째가 내 뱃속에 자리 잡았을 때, 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한창 일하는 중이었고, 이미 첫째를 낳은 지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와 임신과는 너무나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내 이쁜 아이는 계속해서 내게 신호를 보내왔다. 한 번도 낮잠을 자지 않는 내가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다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지나치기 일쑤였고, 그렇게 좋아하던 맥주도 싫어지게 만들었으며 자신을 알아달라고, 계속해서 신호를 했다. 톡...톡...톡...

 

매일매일 조금씩, 확실하게 자라는 그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은 훨씬 더 행복해졌다. 이 아이가 없었다면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싶을 정도이다. 당연히 태어날 권리를 가진 아이의 목숨을, 누가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그것을 결정한 이가 그 아이를 잉태한 엄마라고 해도 말이다. 노랑 모자의 슬픔을, 애닮픔을, 그토록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의지를 보고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