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에서 찾아낸 조선의 민낯 - 인물과 사료로 풀어낸 조선 역사의 진짜 주인공들
이성주 지음 / 애플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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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조선의 역사는 언제나 박제된 역사였다.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 먼저 나왔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역사를 움직인 것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역사 속 인물은 우리가 그렇듯 아주 작은 사건이나 감정의 변화에 의해 무언가를 결정하게 된다. 미시사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구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 중

 

우리가 역사를 이해할 때 꼭 필요한 것이 거시사와 미시사를 함께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큰 흐름을 알지 못하면 단편적인 사실들만 알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볼 수 없다. 반대로 큰 흐름만 안다면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 상태로 역사가 쉽게 와닿지 못한다. 때문에 큰 흐름 속에 자세한 이야기들로 채워 다각도로 생각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선 주로 굵직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거시사를 배우게 된다. 제대로 "흐름"이 각인되기 전에 시험보기 급급한 암기로 역사는 곧 잊혀지곤 하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사람"을 이해하고 난 뒤에야 우리는 제대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터인데 그러려면 정말 많은 책을 읽어 다양한 시각을 키워야 한다.

 

<실록에서 찾은 조선의 민낯>은 조선왕조실록 속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어떠한 사건의 뒤엔 어떤 사람들과 결정이 있었기 때문인지를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작가의 스토리는, 조금은 어려울지도 모르는 실록 속 정보를 다양한 예와 설명으로 재미있게 풀어준다. 미시사란 것이 그렇듯이 순서 없이 이리저리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전혀 어지럽거나 산만하지 않다. 한 이야기에 푹~ 빠졌다 나오면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듯이.

 

역사 교과서에는 중립 외교를 했던 광해군을 적극 도와준 충신 강홍립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광해군의 중립 외교이지 강홍립이라는 사람이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나오지 않는다. 또, 이순신 장군 대신 자리를 맡아 그야말로 처참한 실패를 했던 원균의 이야기도 그저 그 사실에서 그칠 뿐이다. 하지만 <조선의 민낯>은 그러한 사실 뒤에 숨은 이야기를 여과 없이 들려준다. 10여년 간의 포로 생활과 끝까지 조국을 위해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나라에 충성을 다한 강홍립의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다. 또한 자신의 왕위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앞세우며 원균을 공신에까지 올려놓은 선조의 졸렬한 행동엔 기가 막할 뿐이다.

 

 

조선시대에 오직 독서만을 위한 휴가를 주는 제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나 우리의 빛나는 활을 만들기 위해 물소를 수입하고 그 물소뿔을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던 왕실의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된 이야기이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특히 독서당이나 과거 시험의 논술고사 이야기는 예부터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이야기다.

 

생생하다. 지금껏 여러 권의 책을 읽어 미시사를 채워보려 했던 노력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임금들의 결정이 자신들의 안위나 권력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러한 결정을 하기 전까지 수많은 고민과 번복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사실과 그들 또한 나약한 인간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실록이라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기록에서 찾아낸 여러 이야기들은 역사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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