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의 봄 푸른숲 역사 동화 9
이현 지음, 정승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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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나와 수업하는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역사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냐고 물어오는 분들이 계시다. 그럴 때 항상 하는 말 중에 하나가 큰 뼈대, 흐름을 익힌 후엔 이야기로 살을 붙이라는 조언이다. 역사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역사를 무조건 외워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험 전에 줄줄 외워 봤자 며칠 지나면 머리 속에 남아있는 건 다시 제로다. 그러니 역사 공부를 할 때마다 골치가 아플 수밖에. 외우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와 이야기로 엮어진 흐름을 익히면 세세한 것들은 잊어도 커다란 흐름은 잘 잊히지 않는다. 그것이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푸른숲 역사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의 한 사건을 커다랗게 다룬 것이 아니라 커다란 사건 속에 책을 읽는 아이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이므로 바로 곁에서 그 사건들을 지켜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주인공들과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그 시대가 확실히 각인되는 것이다.

 

<임진년의 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임진왜란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임진왜란의 한가운데가 아닌, 이제 막 임진년이 시작되고 전란이 일어나기 직전의 이야기이다. 어디서도 읽을 수 없는 "푸른숲 역사 동화" 만의 소재이다.

 

 

협이는 동래구에 산다. 하지만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부모님 곁을 떠나 무동으로 한양에 올라오게 된다. 협이의 소원은 그저, 고조 할아버지 때 역적으로 몰려 읽었던 양반의 직위를 되찾는 것이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고 이제 연산군 때의 일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든 임금님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채 유직장을 역적으로 의심하게 되고 짙어지는 전란의 분위기 속에 휩쓸리게 된다.

 

협이가 부산에서 친했던 마쓰모토라는 일본인 친구와의 관계와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유직장, 다시 한양에서 만나게 된 유직장의 수상한 행동 등을 통해 이야기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유직장이 정말 왜의 첩자인지 아닌지 마지막까지 확신할 수 없어 더욱 재미있다.

 

그냥 협이와 유직장 간의 긴장 상태를 소설의 갈등 구조로 사용했다면 그냥 그런 동화책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진년의 봄>은 무엇이 진정 옳은 행동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협이를 통해 조금 더 진지하고 깊은 동화책이 되었다.

 

"협이는 엎드린 채 흐느껴 울었다. 양반이 되지 않아도 좋았다. 관노비 신세라도 상관없었다. 부디 식구들이 무사하기만 바랐다. 혼자서는 양반도 뭣도 소용없었다."...126p

 

전란 전 어수선한 분위기가 책 속 곳곳에 잘 묘사되어 있어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임진왜란 전의 조선 상황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선조가 도망간 후에도 세자로 남아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백성을 다독인 광해군의 업적 대신 선조를 쫓아 도망가는 나약한 인물로 묘사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제 겨우 12살인 주인공들, 협이, 삼택, 금금은 이 전란 속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그들은 살아남고자 하는 것보다 훨씬 큰 대의를 가지고 있지만 이 연약한 아이들이 임금도, 양반들도 버리고 간 땅에서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이 고스란히 그 아픔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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