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일기 잘쓰고 싶어요.

제10회 리뷰대회

일기 몬스터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11
김해등 지음, 경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나는 솔직히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글을 쓴다는 데에 큰 부담을 느껴본 적이 없다. 너무 쓰기 싫은 주제가 주어질 때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나, 그것도 잠시뿐 곧 어떤 생각이 떠오르고 그렇게 시작된 글은 곧잘 써지곤 한다. 물론 그 글이 썩 잘 쓴 글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글쓰기를 가르쳐보고 나서 알았다. 아무리 주제와 글감을 알려줘도 "어떡해요?"라고 반문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대할 때에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다.

<일기 몬스터> 속 동구와 태우도 그런 아이들인가 보다. 일기를 쓰려고 할 때마다 졸음이 오고, 연필 끝을 씹고 지우개로 벅벅 지우다가 종이를 찢어트릴 정도로 일기 쓰기가 힘든 아이들.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일기는 긴긴 숙제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독후감상문과 함께 일기 쓰기를 정말 힘들어하고 싫어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인데 무슨 다른 일을 매일 써야 하냐면서 말이다.

게다가 일기 쓸 때에는 "오늘"과 "나는"이 들어가면 안된다고도 하고, 한가지 주제로 자세히 쓰라니까 더 힘들기도 하다. 검사하시는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은 동구처럼 어떻게든 잘 써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 엄마께 혼구멍도 나고 말이다. <일기 몬스터>는 그런 동구와 태우의 마음을 "몬스터"로 표현한 것이 참 재미있다. 아이들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는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어서이다.

책 속 담임 선생님의 사랑 덕분에 동구와 태우는 이제 몬스터를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아직까지 몬스터를 만나는 우리 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기는 진짜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붓는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선생님께 보이기 위해서 혹은 숙제니까 빨리 헤치워버리기 위해 대강대강 쓰는 우리 딸부터 어떻게 해주고 싶지만... 사춘기인 딸이 저는 다른 도구로 쏟아붓겠다고 하니, 뭐... 한 발 물러서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