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몬스터 라임 어린이 문학 5
사스키아 훌라 지음, 전은경 옮김, 마리아 슈탈더 그림 / 라임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들과 함께 건의하는 글을 쓰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소재가 바로 "학교 화장실"이다. 너무 더럽고, 냄새 나고, 고장난 곳도 많아서 아무리 급해도 가능하면 학교 화장실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래서 수업 시간에 쓴 건의하는 글을 "학교 화장실 좀 깨끗하게 바꿔주세요~!"라고 써서 직접 학교 건의함에 넣기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 학교 화장실은 우리나라나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저~ 유럽의 오스트리아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화장실 몬스터>> 이야기는 그렇게 몬스터가 나오는 공포나 판타지 이야기에서 사실은 깨끗한 화장실을 가지고 싶어하는 평범한 학생들의 이야기로 급 반전한다. 그 과정이 참 아기자기하고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이뻐서 흐믓해지는 책이다.

 

반다는 수학시간,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서 수업 중간에 화장실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 무시무시한 느낌을 갖는다. 바로 커다란 검정색 구두 한 켤레를 본 것. 반다는 곧 짝꿍 페데리카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페데리카 또한 화장실로 달려가서 똑같은 엄청난 구두를 보게 된다. 이렇게 시작은 단 몇 명, 아니 반다 혼자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무언가 미스테리어스 하고 신비한, 더군다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확! 끌 정도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가진 검은색 큰 구두 이야기는 곧 발이 달린 듯 더욱더 부풀려져 하나의 엄청난 이야기가 되었다.

 

어디나, 언제나 학교를 다닐 때는 꼭 전설이 만들어지나 보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하도 오래된 곳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서도 지하실이나 으슥한 곳을 배경으로 한 공포이야기가 존재하는 걸 보면 말이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무섭다고, 이상하다고 하면서도 그 이야기들을 멈출 줄을 모르고 또다른 이야기를 얹어 다음 학년에게, 다음 학년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화장실 몬스터>>의 매력은 이렇게 그냥 전설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직접 해결하려고 한 데에 있다. 더이상 아무도 화장실을 갈 수 없게 되자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서서 이 몬스터를 해결할 방법을 찾은 것.

 

"아이들은 여태껏 학교에서 이렇게 온힘을 쏟아 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해 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64 p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사실, 이것이 중요하다. 이것만큼 아이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가르침을 주는 것이 없을 테니까. 더군다나 그 어떤 허튼 의견도 진지하게 받아주는 반다의 리더십이 참 보기 좋았다. 아이들은 그냥 내버려두면 스스로 알아서 모든 것을 해나갈 수 있다. 오히려 그렇지 못할 거라고 편견을 갖고 가로막는 것은 어른들이다.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그 열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옳은 가르침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