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서 그랬어! 푸른숲 어린이 문학 3
정연철 지음, 조미자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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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고, 실망하고, 화가 나서 더이상 어찌하지 못할 때, 사람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나는 주로 침대에 누워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인 양 여기면서 한바탕 운 다음에 잠들어 버리는 편인데 깨고 나면 주로 왜 그랬는지 잊어버리는 편이라서 사실 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이유에 대해서는 잊어버리지만 그 감정만은 고스란히 남아서 제대로 그 감정들을 마주하지 못하고 그냥 속에 재워두기 때문이다.

 

<<속상해서 그랬어!>>를 읽으며 나에게도 진수의 개울물 같은 장소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그보다 지금 한창 고민 많고 조금만 일에도 신경질이 나고 삐치고, 감정 상하는 우리 큰딸에게 이런 장소나 매개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한창 최고조의 감정일 때 그냥 울고 잠들어버려 그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마주하며 감정은 흘려보내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 침착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3파트로 나위어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 스토리는 진수네 가족 이야기와 진수가 이끌어나가지만 다른 파트로 넘어가면 주인공이 바뀌지만 모두 진수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된 이들이다. 하지만 진수나 진수의 이야기에 등장했던 두호, 또다른 이야기 속 주인공인 기열이와 미숙이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을 모두 품어주는 존재가 바로 느티말의 개울물이다. "마음을 치유해 주는 약방"이라고 진수는 표현했다.

 

" 미숙은 쪼그려 앉은 채 허리를 굽혀 개울에 얼굴을 담갔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얼굴에 아니 머릿속과 가슴속에 묻어 있던 때가 말끔하게 씻기는 기분이었다. 늘 흙탕물만 흐르던 마음속 개울물이 맑게 개는 느낌이었다. 몸이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176p

 

더이상 어디 갈 데도 없고 머무를 수도 없어 미숙이가 택한 곳이 자신의 고향이었던 느티말이었다. 그곳에서 찾은 개울물은 삶의 무게에 더럽혀진 여러가지 것들을 말끔히 씻어내 주었다. 미숙은 개울물에 얼굴을 담고서야 "아, 살 것 같다."라고 말한다. 미숙은 아이들이 잔뜩 등장하는 동화책의 유일한 주인공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고민이 같냐고, 어른들은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진수도, 두호도, 기열이도 모두 나름대로 자신들의 삶의 무게에 억눌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무게는 모두 어른들이 준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에 미숙이 등장한 것은 이 아이들에게 아픔과 슬픔과 외로움을 준 아이들의 부모 대신 사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답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지켜주어야 하는 어른인데 오히려 피하고 도망쳐서 미안하다고. 그런 미숙에게 오히려 아이들이 위로를 한다. 기열이가 미숙에게 전하는 뚱뚱하고 못생긴 나무 새는 아마도 "화해"이자 "용서"이며 "희망"일 것이다.

 

딸이 자신도 모르게 짜증내고 언성을 높이고 신경질을 부릴 때, 난 예전의 나를 떠올리며 많이 참는 편이다. 그래도 도를 넘어설까 언제나 불안하다. 그보다 이 혼돈의 시기를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의 마음 속에 에너지를 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나쁜 감정을 씻어줄 느티말의 개울물 같은 무언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무언가를 포함해 자신을 찬찬히 돌아볼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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