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상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14
박완서 원작, 김광성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너무 유명해서, 가끔은 읽었다고 착각하는 책들이 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도 그랬다. 박완서님의 작품이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으니 당연히 그 뒤의 작품도 읽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만화"라는 거부감(책은 항상 원작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을 잊게 하는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라 아주 편안하게 책장을 편다가 깜짝 놀랐다.  "나, 아직 이 책 안읽었구나..."하고 말이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은 처참했다."로 시작하는 첫 문구와 첫 장의 암울한 전쟁 모습은 단숨에 나를 빨아들였다. 오빠의 피폐해진 표정과 앙상한 다리, 주인공의 다소 무뚝뚝한 표정은 소설의 한 문장 한 문장과 아주 잘 어울려서 세세히,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며 천천히 책을 음미하게 만든다.

 

 

 

6.25가 내겐 아주 잘 와닿지 않는다. 내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전쟁"이란 어디까지나 상상 속의 모습이었다. 그저 추측하고 떠올려볼 뿐이다. 전쟁의 과정이나 결과 같은 것들을 외우고 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는지 학습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아주 다르게 6.25를 생각하게 했다. 전체적인 숲이 아닌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란 이런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는 듯하다. 왜 명작이 명작인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몇 번이나 서울을 빼앗기고 되찾고 다시 빼앗기는 과정에서 함께 피난가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한다. 서울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어떤 처벌을 받고 대우를 받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내가 진짜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올케나 "나", 오빠의 선택이 한 사람을 넘어 가족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얼마나 마음 졸이며 살았을지 저절로 이해가 된다. 암울하고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가족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올케가 터뜨리는 울음이라든가 목련 나무의 꽃망울이나 개화를 보며 미쳤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자 그동안 쌓인 울분을 터뜨리는 모습 등을 통해 감동은 두 배가 된다.

 

긴 장편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작품처럼 깊이가 있는 작품은 더욱 말이다. 하지만 좋은 문장들을 선별하여 넣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생김새와 표정 등으로 표현하여 소설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 만화 시리즈가 더욱 좋은 이유는 원작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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