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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입술 귀이개
최선영 지음, 김선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어릴 때에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참 힘들다. 조금만 오해해도 큰 상처로 남고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런가 하면 화해하기는 무척
어렵다. 왠지 자존심 상하는 일인 것 같아 친구와의 화해보다 그 자존심이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낳고 때로는
의도치 않은 왕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그들의 속마음을 속시원히 알려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쓸데없는 오해는
사라지고 친구들의 행동과 말 한마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정원이는 화장실을 다녀왔다. 단지 그랬을 뿐인데 가장 친한 윤서, 지수와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정원이가 친구들의 귓속말을 자신
욕이라고 오해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한 번 생긴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낳고 그렇게 쌓인 오해는 그들 사이를 계속 갈라놓았다. 그때 정원이에게
생긴 예쁜 귀이개. 게다가 이 이쁜 빨간 입술 귀이개는 귀를 살살 긁으면 신기하게도 상대방의 속마음이 들리는 마법의 귀이개이다.
비록 친했던 친구들과는 다소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오히려 그런 관계와 마법의 귀이개 덕분에 정원이는 주변을 슬슬 둘어보게 된다. 내
위주로만 생각해서 친구들을 내멋대로만 생각했던 정원이였지만 그들의 속마음을 듣고 보니 사실은 조금 쑥쓰러워서, 혹은 친하고 싶어서 때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그런 반응을 보였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친구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난 내 기분만 생각했던 것 같아 지수와 윤서한테 미안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105p
"이젠 신비한 귀이개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친구들 속마음을 다 들을 수 있으니까."...124p
좁았던 친구 관계 밖에 몰랐던 정원이에게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친구들을 둘러보게 해 준 귀이개. 내 위주의 생각이 아니라 친구들의
속마음도 헤아려보게 해 준 귀이개 덕분에 정원이는 이제 독불장군처럼 잘 삐지고 화를 내는 아이가 아닌, 친구들을 배려해주고 잘 챙겨주는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건, 아주 작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난 나쁜 아이가 될 수도 있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하게 내가 먼저 친구들에게 기울이는 작은 관심과 이해일 뿐. 이제 정원이는 그런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