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주니어김영사 청소년교양 14
이상헌 지음, 마이자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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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말은 참 어렵게 느껴진다. 뭔가 거창한 것 같고 깊이, 아주 깊이 생각하여 내놓은 결과물인 것 같으며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그리 어려울 리 없으며 꼭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철학은 그냥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을 조금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이렇게 가깝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바로 <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이다. 여러 문제들 중 과학과 관련된 문제들을 뽑아 문제 제기를 하고 그 문제를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생각해 보고 조금 더 다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과정이 바로 철학이다. 이 책이 아주 흥미로운 이유는, 이 과학적 문제들을 어렵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학 작품으로, 영화로, 신화의 이야기로 흥미를 끌어당기고 충분히 공감하게 만든 뒤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특히, 앞부분의 "로봇 공학" 부분은 아주 흥미로웠다.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아이, 로봇>이나 <바이센테니얼 맨> 등의 영화를 통해 로봇과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로봇이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윤리적으로 로봇이 행동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냥 즐기면서 봤던 영화라도 다시 한 번 보고 깊이 생각해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로봇을 명백한 윤리적 행위자로 설계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로봇이 완전한 윤리적 행위자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자유로운 존재이면서 의식을 지닌 로봇을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혹은 우연히라도 그런 로봇이 등장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자유가 무엇이며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59p

 

생명 과학과 신경 과학 분야를 읽으면서는 지식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최근 뜨고 있는 디베이트 주제들과 많이 겹쳐서 찬, 반의 근거를 댈 수 있는 지식적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동물의 장기를 이용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왜 나쁜가?"라는 질문은 디베이트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그 외에도 샴쌍동이의 도덕적 딜레마 같은 경우는 신문에서 많은 기사를 읽었어도 자세히 생각해 보지 않았던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

 

책에는 사실 "철학"이라는 단어는 살짝 숨어 있다. 대신 과학 이야기로 가득 채우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살짝 주제를 드러낸다.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미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굉장히 딱 부러질 것 같은 분야가 사실은 매우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올 지 모른다. 다음의 문장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과학 기술을 토대로 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현대 문명을 가능케 하였으며,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과학 기술은 새로운 삶의 문제들도 불러온다. 그 가운데 심각한 것이 삶의 원칙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다. 이런 갈등과 충돌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때, 우리 삶에서 과학 기술의 혜택이 더욱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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