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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는 이제 그만! ㅣ 푸른숲 새싹 도서관 16
세베린 비달 글, 리오넬 라흐슈벡 그림, 박상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아주 어릴 적부터 우리 아이는 참 잠이 많은 아이였다. 특별히 "이제 잘 시간이야~!" 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녹초가 되어 스르르 잠이
들었으니 말이다. 조금 자라 좀 더 늦게까지 깨어있고 싶어할 때에도 9시만 되면 으례 자야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자기 혼자만 일찍 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참으로 억울했던 모양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자신도 드라마를
다 보고 자겠다고 우겼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집 규칙에 따라 드라마는 안 되고 학년이 올라가면 조금 늦게 자게 해 주겠다고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
"미운 7살"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7, 8살이 되면 아이들은 부모 말을 참 안듣는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모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제야말로 자신들만의 생각이나 의견이 생긴 것이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규칙이
있다. 이제 자아가 생겨나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고 싶어하는 이런 아이들의 습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수도 있는
것이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이제 내 생각대로 해보고 싶은 나이, 이젠 다 컸다고 생각되어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은 나이가 바로 이
때가 아닌가 싶다.
<잔소리는 이제 그만!>은 그런 아이의 심리를 잘 담고 있는 책이다. 이제 여덟 살이 되어 키도 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엄마는 자꾸 자신을 "아기"라고 부르며 이것저것 참견하고 잔소리를 해댄다. 아직 자신을 어리다고만 생각하는 엄마에게 자신도 다 컸다고 알려주고
싶은 아이의 이야기가 만화 형식을 빌려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듯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즐겁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하지 않는다고 화부터 내거나 신경질 내는 엄마도 아니고, 아이
또한 엄마의 지나쳐보이는 보호에 짜증 내거나 투덜대지 않고 귀여운 복수를 하는 정도에 그치는 배려 깊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가족회의 후 아들을 대하는 엄마의 반격은 참으로 귀엽고 재미있다.

무엇이든 혼자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이, 뭐든지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아직은 애정이 필요한 나이가 여덟
살이다. 독립과 보호라는 양 감정 사이에서 엄마와 아들 사이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반성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