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머니 속의 도로시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9
김혜정 지음, 배슬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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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중학년 도서를 아주 즐겁게 읽었다. 표지 그림부터 마음에 쏙~ 들더니만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가 책 밖으로 나온다는 설정도, 주인공 수리가 자신의 성격을 고쳐나가며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도, 마치 선물과 같은 깜찍한 에필로그까지 아주 마음 흐믓~하게 만들었다. 판타지와 성장소설의 합이랄까.

 

수리는 머리가 자주 아프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 하니, 이젠 담임 선생님도, 엄마도, 양호 선생님도 수리를 잘 믿어주지 않는다. 머리가 아픈 것만 수리의 고민은 아니다. 시골서 살다 엄마와 함게 살게 된 이후 기대했던 행복함이나 즐거움은 사라지고 언제나 오빠와 비교 당하며 피곤한 엄마에게 내쳐지곤 한다. 학교에선 뚱~한 수리에게 누구도 말을 걸지 않고 수리도 나서서 친구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수리에게 위안이 되는 건 책 뿐이다.

 

수리가 도로시를 만나게 된 건 우연이었다. 도로시는 잠깐 산책 나왔다가 잠깐 잠이 깬 수리에게 딱! 걸렸다. 그리고 돌아가야 하는 도로시는 반납된 책 때문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당분간 수리와 함께 지내게 된다. 모험과 행복이 가득한 오즈의 세상에서 나온 도로시가 수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수리야, 나 사실 캔자스 집이 싫었어. 캔자스 집은 너무 심심하니까. 내 또래 친구도 별로 없고 말이야. 그래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는데 때마침 바람이 불어서 오즈에 가게 된 거야."...114p

 

수리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태가 참 싫다. 언제나 혼자이고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도로시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수리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었으며 수리를 지지해 주었다. 그러자 수리는 이제 더욱 외로워졌다. 이젠 도로시 없이는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왜 내가 더 힘든지 모르겠다. 미움이란 녀석은 부메랑이 되어 자꾸 내게 돌아온다. 그리고 뾰족한 불메랑의 끝이 향하는 건 항상 내 가슴이다."...133p

 

사실, 가족 안에서 누가 누구를 더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없다. 그저 우리가 그렇게 느낄 뿐이다. 그리고 상처받는다. 누군가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면 아주 쉬운 일인데, 그게 또 쉽지 않다. 수리는 가장 어린데도 그 어리광을 받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가장 외로운 아이였다. 그렇다고 오빠와 엄마가 수리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걸 깨닫게 되자 이제 수리는 더이상 외롭지 않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아이가 될 것이다.

 

가족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내가 바쁘다고, 힘들다고 무심코 하는 행동이나 말들이 어쩌면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표현할 때는 확실하게,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따뜻함이 강조되는 연말연시,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행복한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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