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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평점 :
책이 참 잘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만 있었다면, 평소 잘 관심을 갖지 않는 이누이트족에 대하여 모르다보니 주인공 올레마운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부분에 올레마운이 살던 지역을 확대하여 보여줌으로써 책을 읽기 전에 이누이트족에 대한 관심을 높여 한 번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이야기 끝에는 올레마운의 사진첩을 덧붙여 좀 더 실감나게 책에 다가갈 수 있다.
아이들에게 "배움"이란 언제나 목마른 것인가 보다. 올레마운도 언니가 읽는 책이 궁금하여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을 떠나 기숙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여도, 오랫동안 길러 온 머리카락을 잘라야 한다고 하여도,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이제 당연해지지 않을지 모른다고 가족들이 말려도 학교에 가기를 원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빠, 바닷물이 돌멩이 자체를 바꾼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전 돌멩이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제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요. 전 바닷가에 영원토록 처박혀 있지 않을 거예요."...19p
책을 읽고 글씨를 쓸 수 있기를 바랐던 올레마운의 고집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부푼 기대를 안고 간 학교는 올레마운이 기대한 지식을 쌓고 배울 수 있는 곳과는 많이 달랐다. 그들이 정한 규칙대로 움직여야 했고 비웃음과 무시를 일삼았으며 조금이라도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말도 안되는 벌칙을 주는, 인권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나쁜 학교>를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일제시대의 우리 말이다. 우리 말과 글을 익히는 학교여야 했으나 다른 나라의 말과 글을 강요 받고 그들의 문화를 강요받았던 그 때. 개개인의 개성은 무시되고, 우리나라의 정체성 또한 말살시켜려고 했던 일본에게 대항하여 나 자신의 인권이나 우리 문화의 얼을 지키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올레마운 또한 마거릿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과 글을 써야 하고 근거 없는 강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올레마운의 강함이 드러난다. 참을 때를 알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하는 것. 그리고 다행이도 그런 올레마운을 지켜보며 그녀의 강함을 인정한 맥퀼런 수녀님이 계셨기에 올레마운은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일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아홉살에 들어가 2년의 학교 생활을 보내는 동안 마거릿은, 단 2년 만에 자신들의 언어인 이누이트족 언어를 잊어버렸다. 가슴 속에엔 언제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들의 음식이 그리웠고 자신들만의 정겨움(문화)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마침내 돌아온 그곳에서 마거릿은, 올레마운이 아닌 마거릿으로 변해버렸음을 깨닫는다. 세뇌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나쁜 학교>에 이은 <두 개의 이름>에서 마거릿이 다시 어떻게 올레마운으로 돌아갈 길을 찾는지 궁금해진다.
그냥 한 소녀의 성장과 정체성 찾기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 민족과 다른 민족이 부딪힘으로써 생기는 문제점과 역사, 이누이트족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