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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에란 카츠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무척 긍정적인 사람이다. 어떤 하나 혹은 두 개의 고민이 생기더라도 밤을 지새우거나 끊임없이 생각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타입이 아니다.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자고 나면 잊어버리는 나의 독특한 망각 혹은 건망증 덕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상처가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때론 깊은 자국을 내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잊고, 또 잊다보면 어느새 그 좋지 않은 기억은 조금씩 퇴색되고 다른 기억으로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이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뇌의 기능이나 옳게 사용하는 법을 알아서 내 아이에게 적용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기억력 천재라고 불리우는 '에란 카츠"의 작품이었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 독특한 형식과 구성의 책을 읽어가며 이 작가는 기억력 부분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에도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천재가 된 제롬>이라는 책을 기억하시는 지. 기억력 부분에 워낙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오래 연구한 작가의 첫 번째 책이다. 그 제롬이라는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니 그것부터가 매우 흥미롭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미스테리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 좀처럼 책에서 손을 놓기가 어렵다는 점이 매우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작가가 가진 뇌에 대한 비밀을 이렇게 이야기와 함께 섞어 버무려 놓으니 책을 읽는 독자들은 주인공 제롬과 하나가 되어 이야기에 푹~ 빠졌다가 갑자기 자기계발서처럼 가슴을 쿵! 때리는 문장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다시 현실의 나로 돌아와 '맞아, 정말 그럴 때가 있는데, 그럼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 한 나의 경험 또한 작가가 말하는 '뇌를 위한 선물' 중 하나이다. 원치 않는 기억과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좋은 기억을 채워 넣는 법, 그 외에도 치명적인 실수를 예방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법이나 충동과 욕망을 통제하는 법, 상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기술과 조화로운 삶과 감정적인 행복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법까지 작가는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한 방법들을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설명해 주고 있다.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려면 자기비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157p
"코끼리를 훔친 나 자신을 마구 비난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지는 않지요. 자신을 용서해야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일단 스스로를 용서하고 나니 죄책감이 사라졌어요."...221p
바빠서 쉬고 싶다고, 쉬어도 된다고, 조금은 게을러지고 싶은 자신에게 한 번 허락된 시간은 결코 자신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헛되이 사라진 아까운 시간이 되어버릴 때도 있다. 항상 바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넉넉히 이해하는 여유를 가진다면 굳이 허투루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진정한 휴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직관"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좀 더 자신을 믿어주자. 짜증 섞인 말과 표정 대신 여유있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