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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파는 동물원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6
야마다 유카 지음, 고향옥 옮김, 송선범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오랫동안 이런 책을 기다렸다. 그저 덤덤히 써 내려가는 듯한 작가의 필체에 반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는 책. 게다가 이 책은 동화책이 아닌가. 이런 책을 만나면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읽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렇게 읽은 내 딸은 "에이, 재미없어!" 라고 말할지라도. 책이라는 것은 각자가 쌓은 경험 위에 각자의 느낌이 더해지는 것이라지만 내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책을 소개해 주었을 때 그만큼의 피드백이 오지 않으면 왠지 기운 빠진다.
제목에서부터 알려주고 있지만 책은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마나는 하마 우리 앞에 오랫동안 서 있다. 엄마도 아빠도 없이 그저 하마가 하는 행동들을 지켜 보면서, 혹은 하마 우리 옆으로 다가온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거나 사육사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마나의 엄마 아빠는 어디로 가신 걸까?
책은 어떤 큰 사건을 펼치듯이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마치 사진 찍듯이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단편적인 생각과 행동, 대화들은 각자의 고민과 추억을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아마도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거나 그 깊은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히, 퍼, 파, 터, 머, 스' 하마를 뜻하는 영어이다. 하지만 <행복을 파는 동물원> 속에선 책 속 주인공들의 고민을 날려보내고 어지럽던 생각들을 정리해주고, 아름답던 추억을 연장시켜 준다. 지금 내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별 것이 아닌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게만 너무나 심각한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그리고 조금의 관심. 내게도 이런 주문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별 것 아니야~"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