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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ㅣ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1
오세영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독서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글자가 적은 책을 읽으려고 하거나 아예 독서와는 담을 쌓고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휘력은 자꾸만 줄어들고 그럴수록 책은 더욱 읽기 싫다. 앞으로의 시대는 통섭, 융합의 시대이다. 교과서도 비뀌어 가고 시험도 더이상 암기나 주입식이 아닌, 스스로 이해해서 자신의 생각을 더하지 않으면 풀 수 없어질 것이다. 답은, 역시 책읽기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힐 수 있을까. 아이들이 그나마 손에 드는 "만화"라는 장으로 좋은 책을 읽힐 수 있다면 그 또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듯하다. 중고생이라면 꼭 읽어야 할 우리 문학을 엄선하여 엮어낸 시리즈이다. 해방 전후에서 6.25 전쟁 이후의 모습까지 그 시대의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우리 문학이다.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역사이지만 대사 한 줄에서부터 어휘 하나까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짧은 세월 동안 우리가 너무 많이 변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이질감 속에서도 아스라히 느껴지는 고향, 어머니, 우리 땅에 대한 이미지가 스치듯 지나간다. 왠지 가슴 찡한 감동은 오직 우리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공유와 공감일 것이다.
<메밀꽃 필 무렵>을 굉장히 오랫만에 읽었다. 아마 중학생 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기억 속의 소설은 하얀 메밀꽃과 당나귀 정도. 만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신기하게도 잘 전달하고 있다. 다시 원작을 들춰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책이 주었던 느낌과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도 어느덧 인생을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휘 하나하나의 맛깔남이 너무 좋다. 동시에 청소년들은 더 손에 들지 않겠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메밀꽃 필 무렵> 이외의 소설들은 모두 처음 접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인물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었고 그들의 마음, 걱정, 희망이 그대로 전해진다. 기회가 되면 꼭 원작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소설 자체가 주는 상상력이 만화로 보여주는 이미지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소설 앞부분에 작가에 대한 설명과 간단한 줄거리, 작품평 등이 한페이지에 실려 있어 매우 도움이 되었는데 작품평 같은 경우는 조금 더 분량을 늘려 아이들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왕 우리 문학을 읽는다면 조금 더 제대로 읽는 것이 좋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