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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
원영주 지음, 이수진 그림, 권태균 사진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8월
평점 :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점은 가능한 많은, 다양한 책을 읽어 머리 속에 스스로 흐름이 잡히고 구석구석 이야기들로 가득차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기존의 역사 동화나 흐름을 잡는 역사책들은 거의 비슷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굳이 여러 방면의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은 아주 참신하게 느껴진다.
우선, 고려 시대 후기에서부터 조선 시대에 살았던 양반들이 우리나라의 여러 곳을 여행한 뒤에 쓴 기행문이라는 책의 소재가 눈에 띈다. 기행문이라는 갈래의 글이 그 시기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 우리 옛 조상들도 우리 국토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여가를 즐겼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20편의 이 기행문들은 한문으로 되어있는 것을 다시 다듬어놓은 글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꾸어 해석했을 때 느껴지는 어색함 없이 각각의 글쓴이에 따른 어체까지 표현하고 있어 마치 한문 그대로를 읽고 이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때문에 온전히 기행문 자체에 집중하여 읽을 수 있다. 기행문의 뒷장에는 이 글을 읽으며 알아두면 좋을 여러가지 정보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우리 조상들의 기행문을 읽고 이러한 정보들을 읽으면 '나도 언젠가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스님이라면 한 시대에서 풍요롭게 사는 삶과 후세까지 이름을 알리는 삶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79p
"좋은 기운들이 모이고 모이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만들 것이라고."...119p
기행문은,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적은 글이다. 단순히 이러이러한 것을 보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 여행지에서 느낀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자신의 삶 속에 녹여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우리 조상님들의 기행문을 읽으면서 들었다. 근엄한 양반네들이 썰매를 타고 강에서 나무타기를 하는 모습은, 그동안 양반에 대한 이미지를 무너뜨리며 그들의 풍류 또한 우리의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사람들은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푹 쉬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는 말이다.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단순한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부터의 풍요라면 이 가을,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