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불교와 더불어 세계 3대 종교로 불리는 이슬람교는 전세계에서 13억명의 신자를 자랑할 정도로 그 위용이 대단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낯선 이방인 같은 느낌이 강한 종교이기도 합니다. 서아시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북아프리카 지역에 분포될 정도로 넓은 지역을 자랑하는 이슬람교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역사" 시리즈의 열번째 책이 바로 무슬림이었던 이븐 바투타의 이야기네요. 그동안 각 시대에서 실크로드를 이용하여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아갔던 여러 인물들을 만나 각 시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시리즈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좀 아쉽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열번째 이야기는 바로 북아프리카 서쪽 끝 모로코에서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이슬람교가 차지한 땅의 끝에 있는 나라에서 도대체 어떻게 실크로드를 따라 이 먼 동방의 나라까지 여행하게 되었는지 "이븐 바투타"라는 인물에게 큰 호기심이 생겨요.

이슬람 법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이븐 바투타는 아주 어려서부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이슬람 법관이 되고 싶었던 이븐 바투타는 탕헤르 항구에서 넓은 바다를 보며 새로운 나라에 대해 꿈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부터 이븐 바투타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무슬림이라면 평생에 한 번 순례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닌 그는 스물 한 살에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로 떠납니다.

어려운 고비가 생길 때마다 이븐 바투타가 의지했던 것은 바로 신앙심이었겠지요. 그리고 이슬람교라는 하나의 종교가 묶어주는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이븐 바투타는 환영을 받았고 많은 선물과 숙소, 음식 등을 제공받고는 했으니까요. 지금까지 소개 된 다른 사람들의 여행과는 다른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븐 바투타는 누구의 지원을 받고 떠난 것이 아니지만 종교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여행 내내 많은 도움을 받고는 했으니까요.

메카까지 순례했지만 이븐 바투타의 여행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항구에서 느끼던 두근거림, 그 호기심을 쫓아 조금 더 동쪽으로 떠나는 여행길에 오릅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이븐 바투타는 다양한 세계를 보고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깨달았고, 여행이 가져다준 풍성한 결과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73p
자신들만의 문화에 익숙한 이븐 바투타가 새로운 문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디고 놀랐을 모습이 상상됩니다. 그런 새로운 경험들은 그를 자극하고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겠죠.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 같습니다. 휴식을 취해 재충전 할 기회를 주는가 하면 내가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보여줌으로서 스스로 겸손해질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배움에 눈 뜨게 해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상상하고 실천하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그동안 실크로드 시리즈를 읽으며 매우 행복했습니다. 때로는 역사에 심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종교에 대해, 때로는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어 준 책이니까요. 앞으로도 때때로 들춰보며 이 기억을 떠올려 볼 것 같습니다. 인물의 이름이 제목에 있어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되어있는 점이 큰 장점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