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이 꼭 한 번 이상 읽어봤으면...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ㅣ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나도... 내 아이에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선생님을 소개해 주었다. 동화 속의 비읍이 엄마처럼 내 어린 시절의 "말괄량이 삐삐"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밝고 명랑하고 즐거운 일을 만들어내던 삐삐의 기억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여주기 전에 꼭 책부터 읽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내 아이가 만나게 된 삐삐는 곧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선생님께로 안내해 주었다. 우리 집엔 5권의 책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만나게 된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그 모든 작품들을 아우르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오마주이다.

이 책의 각 장의 이름은 린드그렌 선생님의 작품명으로 되어 있다. 비읍이가 린드그렌 선생님의 작품을 만나게 되고 곧 푹 빠지고 그 동화책들을 읽으며 조금씩 마음을 키우고 있는 동안 나는 무척 마음이 아팠다. 비읍이는 어쩜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잘도 표현하는지... 린드그렌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에서부터 일기까지 매 순간순간 비읍이의 상황과 마음이 린드그렌 선생님의 작품과 함께 교묘히 어우러져 있다.

자신을 도저히 이해해주지 않는 엄마가 답답해서, 때로 너무 지쳐 비읍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엄마나 선생님의 무심한 말 한 마디에 가슴이 깨질 것 같은 때에도 비읍이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읽는다.

"린드그렌 선생님은,

가출하는 애들 얘기를 재미있게 읽고,

가출하고 싶으면 머릿속으로 가출하는 상상을 실컷 해서,

'왼쪽 가슴 아래쪽이 무엇에 세게 부딪힌 것처럼 아픈 것'을 낫게 한 다음에,

진짜 가출은 하지 말고,

자기 잠옷 입고 자기 침대에서 양말 벗고 자라고 쓰신 것이었다."...106-107p

린드그렌 선생님의 모든 작품을 모으고 싶어졌다. 한 권 한 권 읽으며 다시 한 번 비읍이의 생각과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아이들에게 꼭 한 번 이상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전에 린드그렌 선생님을 만나고나서 말이다. 그러고나면 비읍이의 상황이 얼마나 절실하고 아찔한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읍이와 함께 훌쩍 성장한 자신의 마음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