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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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사막에 한 번 가고 싶어졌다. 더운 것은 끔찍하게 생각하고 길고 긴 여정은 더욱 더 싫지만 그래도 인생에 한 번쯤 그 무료하고 막막한 사막에 한 번쯤 가보고 싶어졌다. 그러면 나도 <<신기루>>의 등장인물들처럼 뭔가 울컥! 하는 감정이 생길까 궁금해졌다.

 

사실 앞부분 "다인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많이 지루했다. 요즘 청소년들의 이야기라 생각하면 참 실감나는구나...싶다가도 그들을 대표하는 다인이가 왠지 내게는 멀고도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저 나와 먼 아이들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뭔가 자꾸 다가올 듯하면서도 도망가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보는 다인이는 청소년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가깝게 다가가 이해하려고 하면 깊이 이해할 수 없도록 하는 방해물이 있었다. 소설을 모두 다 읽고나니 더욱 그렇다.

 

반면 뒷부분 "숙희"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내가 아줌마이기 때문이 아니라 작가가 아줌마이기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불편하다. 너무나 극과 극을 오가는 분명한 캐릭터를 가진 글무지개 회원들의 심리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친구를 시기하는 마음, 어려서부터 라이벌이었던 친구에 대한 불편함 등이 여과없이 보여진다. 때문에 처음 이 소설을 읽으며 "엄마와 딸"의 이야기인가... 싶었던 <<신기루>>는 "각자의 아픔을 여행을 통해 극복"해가는 이야기로 이해된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목표인 숙희의 모습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조금 지나친 감도 없지 않다. 어쩌면 숙희를 통해 나의 모습이 비칠까 스스로 찔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뿐이 아니다. 바뜨르에 열광하는 아줌마들이나 어린 시절의 라이벌 의식 등 매 페이지가 폭탄 같다.

 

"이게 뭐꼬."...112p

 

그들도 숨기고 싶은 속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황량한 사막이 어느덧 그들 마음 속을 헤집어 어느새 본심이 드러나게 만들고 다시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들의 눈물은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데서 나온 온갖 감정들일 것이다.

 

"이미 내 안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눈앞에 실제인 듯 있다가 사라진 신기루가 일깨워 줬다. 내가 그동안 기를 쓰고 잡아왔던 모든 것들이 신기루가 사라진 들판에서 갈 길 몰라 허둥거리고 있었다."...200p

 

내가 바라보던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그 신비한 경험이, 내가 목표로 하고 포장해서 스스로 납득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란 쉽지가 않다. 사람은 항상 자신을 포장하며 살기 때문이다. 나를 어떤 꾸밈도 없이 바라보게 해 줄 그런 장소가, 가끔은 필요하다. 그곳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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