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외계인 미래의 고전 28
임근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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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부지 아빠>>를 통해 이미 임근희 작가의 작품을 살짝 맛보았다. 그 <공짜 뷔페>는 이번 작품집 <<내 친구는 외계인>>에도 실려있는데 약간은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면서도 그 현실에 적응해 나아가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희망적이면서도 어른으로서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동화이다.

 

한 작가의 작품집을 읽다보면 어느정도 특징들이 보이게 마련이다. 아이들의 삶을 족집게처럼 집어내어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맞아, 맞아!"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아이들 세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살짝 끄집어내는 작가도 있다. 현실의 우울함과 읽는 재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그 균형감을 잘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특히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책을 엎어버리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내 친구는 외계인>>은 모두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교훈을 강조하거나 재미만을 유도하고 있지도 않다. 이 작품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공짜 뷔페>에서처럼 어딘가에 우리 주위에 있을 것 같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 읽으며 혹시 잘못될까~ 하는 아슬아슬함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전거 뺑소니>에서 수호가 긁은 옆집 할아버지의 자동차 사건은 수호의 심리 변화를 따라 읽는 이들로 하여금 함께 조마조마하게 한다. 수호의 잘못이 드러날까, 지후가 수호의 거짓말을 받아들여줄까, 지후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등등... 책을 읽으며 저절로 생각하게 만든다. 지후와 수호의 게임 장면은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가 하면 그들의 암묵적인 비밀이 과연 옳은 것일까, 아닐까 하는 토론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쌩쌩이 대회>도 마찬가지이다. 희주의 행동은 아이로서 충분히 저지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희주의 심리 묘사를 통해 충분히 공감된다.

 

"왜냐하면 나는 거짓말쟁이니까. 늘 사람들에게 착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은 게 나, 황희주다. 그래서 항상 나보단 상대를 위하고 배려하는 말이나 행동만 한다. 속마음은 그게 아니면서 말이다. 이런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지만 어쩔 수 없다. "...61p

 

날카롭다. 희주의 저런 생각들은 어릴 적 나를 떠오르게 했다. 한창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자신의 위선된 행동에 경멸감을 느끼면서도 누군가를 만나면 또다시 반복되는 행동들. 나중에야 그런 것들이 "착한 여자 컴플렉스"니 어쩌니 하면서 얘기했지만 사실 이런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트에서 만난 할머니>나 <마음으로 쓰는 편지>, <달리고 달리고> 는 정말 슬프다. 주인공들도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런 아픔을 동화 속에서 풀어낸다. 슬픔을 슬픔으로 끝내지 않고 승화시켜 희망적으로 비추고 있다. 연주나 우영이는 폭발적인 울음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녹여냈을 것이다. 아픔이란 언제나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만나 치유하고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단편을 읽으며 이렇게 안달복달하며 읽은 적이 있던가 싶다. 주인공들의 행동이 너무나 궁금해서 너무나 안타까워서 혹은 잘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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