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워낙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였던지라 한 번도 우리나라 국토 종단이나 세계 일주 등이 나의 꿈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걸어서! 라니... 생각만해도 땀이 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의 그런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아~! 부럽다!'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한비야님이다. 지구 세바퀴 반...이나 땅끝마을부터 통일전망대까지 그저 걸어서, 열심히 걸어서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룬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가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단다. 그만큼 그녀의 걸음 걸음이 모두에게 감동을 주고 의미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어린이용 도서는 한비야님의 이야기에 잘 맞는 일러스트가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재미를 주는 감초 역할을 한다.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29p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한비야님의 중심이 되는 한 문장을 만난다. 우리가 그녀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하는 것 같은 모습에 감동하고 감탄하기 때문은 아닐런지. 그런 그녀를 지지해주는 것은 바로 저런 긍정적 사고가 아닐까. 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는 일이 정말로 많다. 미리부터 안될거야! 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마음 속 깊이 하기 싫어 변명을 이리저리 둘러대는 것일 수도 있고, 게으르고 나태한 우리 마음이 펼쳐놓은 장애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녀가 땅끝에서부터 통일전망대를 향하는 중간 중간 만난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을 얻고 새로운 생각을 해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볼지도 모른다. 누가 봐도 무모해 보이고 아무 쓸모 없는 것 같은 그녀의 도전이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하면 어느새 아주 훌륭한 무언가로 바뀌기 때문이다.
책 속 "깊이 생각해 보고 실천하기"도 그렇다. 이 코너를 통해 잘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된 것 같다. 특히 우리 땅의 이름이 얼마나 많이 잊혀진 채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진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있는지. 그 옛날 우리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영영 찾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름들이 얼마나 많을지.
1권에서는 해남 땅끝마을에서부터 충청도까지 왔다.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와 어떤 사람들이 등장할 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