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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2년 1월
평점 :
정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경아'란 이름은 그리 낯선 이름은 아니다. 방송 작가에서 정원 디자이너로의 변신 후 이미 몇 권의 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그녀의 정원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었고 그런만큼 오경아란 이름과 전원 풍의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는 정원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정원 사진은 가득하지만 그 정원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다. 대신 힘들었던 영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떠난 그녀의 휴가 이야기가 그 공백을 메운다. 실망스러웠을까? 사실, 그랬다. 그렇게 아름답다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 대신 차지한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많이 읽었던 수많은 수필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고(물론 그녀 자신의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그녀에게 기대했던 내용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딸과 함께 그렇게 한적하고 멋진 곳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두 모녀가 부러울 따름이다. 완벽한 친환경적인 그 지역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그곳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했다니 그야말로 "느림"과 "만족"이 가득한 곳일테니...
"이 심심하고, 특별한 것도 없는 삶. 양이 자라는 걸 지켜보고, 정원의 꽃을 갈아주기 위해 꽃 시장을 찾으며 한가로이 살아도 되는데, 왜 이렇게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며 하고 싶은 일은 '다음'으로 미룬 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94p
그저 한적한 시골이 아니다. 주변은 가공되지 않은 풀과 나무들로 가득하고 혹은 사람의 손길로 심어진 수선화길로 멋진 산책길을 이룬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큼 좁은 길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돌과 흙으로 다져진 길 뿐이라니... 목장에서 가축들은 갇혀 지내지 않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웃과 함께 커플티를 맞추는 것처럼 울타리 색을 정하고 시끄러울 정도로 큰 새들의 지저귐에 빨리 시작된 하루이지만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의 휴가는 어떤 느낌일까...
작가는 이 휴가동안 가족과의 추억을 곱씹고 그 한가한 일상을 마음껏 누리고 일방적인 대화만 하던 작은딸과 대화다운 대화도 나누면서... 그야말로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을 것 같다.
"정원이 얼마나 화려하고 얼마나 많은 상징과 메세지를 담아야 하는 것일까? 내가 심을 수 있을 정도의 꽃을 심고, 내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채소를 길러낼 수 있는 곳이라면 이걸로 정원은 충분하지 않을까?"...327p
부럽다. "불편한데, 신기하게도 맘이 편하"(...256p)게 느낀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휴가를 보낸 이 모녀가. 하던 일 집어던지고 그 고요와 정적을 찾아 새로운 꿈에 도전한 그녀가, 그런 그녀를 지지해준 가족이, 그 전의 이력으로 언제든 책을 낼 수 있는 그녀가 진정으로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