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동화 보물창고 43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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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부터 제목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직접 손에 들고 읽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이 주는 느낌에서부터 그림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첫 장 첫 문장의 시작은 그야말로 "나는 고전이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요즘의 화려한 동화들보다 세련되거나 화려함은 떨어진다고 느껴질 지 모르지만 풍경을 묘사하는 편안함, 아름다움, 등장인물 묘사를 통해 전해지는 그들의 성격 등은 아주 놀랍다.

 

시작은 두더지로부터다. 긴긴 겨울이 끝나 봄맞이 대청소를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치우고 치워도 끝나지 않는 그 힘든 과정 속에 두더지는 따뜻한 햇살에 마음이 두근, 무언가 설렘을 느낀다. 그렇게 떠나는 봄맞이 여행! 그리고 만난 친구 물쥐. 어두운 땅속에서만 지내던 두더지에게는 강가에서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물쥐가 얼마나 부러웠을까. 물쥐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는 두더지에게 낯설면서도 긴장되고 설렘이 가득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 확실하다.

 

" 되돌아보면 누가 봐도 풍부한 이야기였다! 화려하고 수많은 삽화 같았다! 변화무쌍하고 흥미로운 강둑은 당당한 풍경 사진처럼 끊임없이 이어졌다. "...43p

 

물쥐는 두더지에게 참으로 훌륭한 친구이다. 다소 덤벙대고 기분에 따라 기복이 큰 두더지에 비해 모든 일에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할 줄 아는 물쥐는 두더지가 어려운 일에 빠질 때마다 큰 도움을 준다. 두더지는 물쥐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풍부한 경험을 함께 하며 삶을 즐기는 법을,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깨달아간다.

 

"두더지는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집에 들어가는 순간을 간절히 고대하며 서둘러 따라갔다. ...(중략) ... 두더지는 똑똑해져야 하고 자신의 미래가 걸린 즐거운 장소를 지켜야 한다. 모험은 충분했다. 이제 두더지는 그곳에서 자기 방식대로 삶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다."...72p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많지는 않지만 개성 있는 몇몇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지혜로 여러 동물들에게 지주 역할을 하는 오소리 아저씨와 허영심이 가득차 돌발행동을 계속 하여 친구들에게 늘 걱정을 끼치는 두꺼비까지. 여러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좋은 점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서로를 돕는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이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어느 햇살 가득한 봄, 누구나 낯선 경험을 하고 싶은 그 아름다운 봄날에 떠난 두더지의 여행은 새로운 친구들과 잊을 수 없는 첫경험들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새롭고 설레는 경험도 즐겁지만 그 힘든 여정을  겪고난 후 느낄 수 있는 일상의 행복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이다. 진정한 고전이란 이런 책이 아닐까! 오래된 책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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